“선수 퇴장시킬 수도” 협박 전화… 아마농구 심판들 더티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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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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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대 뒷돈 주고받은 감독-심판-협회 관계자 등 151명 적발

#1. 몇 해 전 10월 전국체전. 여자농구 일반부 8강전 경기에서 모 지방자치단체 소속 A팀은 상대인 K팀을 61 대 59로 간신히 이겼다. K팀과는 숙명의 라이벌로 K팀은 주요 결승 경기마다 A팀의 발목을 잡곤 했다. K팀을 누른 A팀은 이후 승승장구하더니 결승전에서도 D실업팀을 60 대 57로 꺾고 우승했다. 실력으로만 이겼다고 생각했던 승부. 하지만 이면에는 추악한 검은 거래가 있었다. 당시 8강전을 앞둔 10월 4일 A팀 관계자는 대한농구협회 C 심판위원장(60)에게 200만 원을 주는 등 전국체전 앞뒤로 심판 배정 권한이 있는 C 씨 등에게 4차례에 걸쳐 900만 원을 건넸다.

#2. 지난해 모 남자고교 농구팀 K 코치는 전국대회를 앞두고 K 심판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당신 팀 주공격수가 반칙을 많이 하더라. 계속 이러면 다음 경기에서 5반칙 퇴장처리를 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K 코치는 이 심판에게 “잘 봐 달라”며 차명계좌로 100여만 원을 건넸다.

#3. 2010년 모 여자고교 농구팀 P 코치도 모 심판에게서 “오늘 경기에서 선수들이 반칙을 많이 하더라. 다음 경기 때는 엄격하게 처리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P 코치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심판에게 6차례에 걸쳐 300여만 원을 건넸다.

축구, 야구에 이어 아마추어 농구에도 검은돈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깨끗해야 할 스포츠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심판에게 돈을 건넨 것. 더욱이 이번 사례는 프로도 아닌 전국 초중교교와 대학, 실업팀 농구에서 벌어져 “돈이 오가지 않는 스포츠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29일 전국 규모의 각종 농구대회에서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대가로 억대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대한농구협회 심판위원장 등 협회 관계자 4명, 심판 16명, 농구팀 감독과 코치 131명 등 151명을 적발했다. 돈을 건넨 학부모 30여 명은 피해자라서 형사처벌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농구협회 C 부회장과 J 심판위원장 등 73명은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78명은 비위 사실을 해당 교육청과 농구협회에 기관 통보할 계획이다.

심판 배정 권한을 갖고 있는 농구협회 심판부의 핵심 간부들은 2008년 1월∼올 6월 전국 각급 학교와 실업팀 감독 97명에게서 “경기에 유리할 수 있도록 특정 심판을 배정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256차례에 걸쳐 1억9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협회 소속 K 심판도 “경기를 할 때 판정을 유리하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155차례에 걸쳐 57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아마추어 경기 심판으로 농구협회에 등록된 28명 가운데 16명이 이 같은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관계자와 심판들에게 돈을 건넨 농구팀 감독과 코치 등은 대회 우수 선수로 뽑힌 학부모에게 금품 비용을 전가하거나 학부모회 차원에서 상납금을 준비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에서 계좌로 돈을 보낸 것이 확인된 학부모는 30여 명. 이들 이외에도 상당수 학부모가 현금으로 직접 돈을 건넸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경기 출전권을 쥐고 있는 코치가 ‘돈이 없으면 경기에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해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도 상납금을 감당하지 못한 학부모 제보로 실체가 드러났다.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해당 심판 등은 경찰 조사에서 “승부 조작은 없었다. 단지 판정에 약간 영향은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심판은 “심판에게 밉보이면 솔직히 20점 이상 이길 수 있는 경기도 표 나지 않게 지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아마추어농구 심판#억대 뒷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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