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분석한 한국사회 3대 현안]<上>청소년 자살

동아일보 입력 2012-10-29 03:00수정 2012-10-2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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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독백, 주말 끝난 월요일부터 급증
한국정보화진흥원은 국가정보화를 주도하는 싱크탱크다. 정보기술(IT) 전문기관이 왜 ‘빅데이터 국가전략 포럼’(이하 포럼)을 만들면서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기로 했을까.

진흥원의 김현곤 센터장은 “빅데이터가 자료를 수집 저장 분석하는 기술에 그치지 말고 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의 사례를 소개했다.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는 범국가적 프로젝트(1986∼1996년). 핀란드는 1397건의 자살 사건에 대한 심리학적 부검 보고서를 만들었다. 의료 및 사회보장 자료, 경찰 기록을 담았다. 가족, 친구, 고용주, 의사, 간호사와의 면담결과를 함께 넣었다.

핀란드는 이를 토대로 자살 대책을 마련했다. 효과가 나타났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가 1990년 30.3명에서 2004년 20.4명으로 줄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 계속 증가했던 자살 사망률에 제동을 걸었다.(핀란드가 말하는 핀란드 경쟁력,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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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한국의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7.3명. 지난해에는 31.7명. 핀란드의 자살사망률이 최고점이었던 1990년보다 많다. 특히 1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점에 포럼은 주목했다. 핀란드가 국가적 차원의 오프라인 보고서를 바탕으로 자살을 줄였다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 집에서, 학교에서 버려진 아이들

포럼 전문가들이 온라인 자료를 분석하는 동안 동아일보 취재진은 현장을 찾았다. 자살을 생각했거나, 글을 썼거나, 실제로 자살한 사례를 모았다.

다영이(가명)는 약국을 자주 찾았다. 초등학교 6학년이라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신을 차려보면 약국 앞이었다. 수면제를 먹으면 편하게 눈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불행은 2학년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시작됐다. 3학년 때는 오빠(당시 17세)가 세상을 떠났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최근에는 인터넷 게시판에 ‘이 나이에 자살하고 싶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중학교 3학년 효윤이(가명). 전교 300명 중 20∼25등, 반 37명 중 3, 4등 정도다. 언제나 성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험이 다가오면 늘 불안하다. 창문을 보면 떨어져서 죽고 싶다. 결국 유서를 쓰고 칼로 손목을 그었다.

○ 자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들

분석팀은 올해 1월 1일∼10월 18일의 자료를 수집했다. 자살이 언급된 50만6766건을 △뉴스(온라인에 게재되는 214개 웹사이트) △블로그(네이트, 네이버, 이글루스, 다음, 티스토리, 야후) △카페(네이버, 다음, 뽐뿌, 카드고릴라, SLR클럽) △SNS(트위터, 미투데이) △게시판(네이버 지식인, 네이트 지식, 다음의 신지식 아고라 미즈넷 텔존, 디스이즈게임의 자유게시판,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찾았다.

이 중에서 청소년이 작성했다고 추정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6만9886건을 다시 추렸다. 분석 결과는 동아일보 취재진이 마주친 현실과 일치했다.

우선 청소년이 자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특징이 보였다. 인터넷에 올린 글의 감정표현을 분석했더니 △문제가 해결된다 △자유롭다 △행복해진다는 등의 내용이 45%였다. 성인을 포함한 전체 글의 긍정적 표현(30%)보다 훨씬 높았다.

자살을 언제 가장 많이 생각할까. 트위터를 기준으로 보면 주말이 끝난 월요일부터가 위험하다. 토요일에는 6298건, 일요일에는 6681건이었지만 월요일에는 9175건이었다. 화요일(8928건)을 지나 수요일(9703건)에 정점을 이뤘다. 박재영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자신은 너무 힘든데 아무렇지 않게 한 주가 시작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10명 중 9명은 자살 방법으로 투신을 생각했다. 보건복지부의 보고서(2011 대한민국 자살 현황)에서도 자살 청소년의 56%는 투신을 택했다고 나온다.

○ 모두가 보듬어야 하는 아이들

동아일보 취재진과 포럼의 분석 결과를 보고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진단을 내놓았다.

“청소년이 자살 사건을 접하고 그럴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하지 않게 심각성을 일깨워야 한다.”(이영선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팀장)

“요즘 아이들은 내면이 약해서 학교에서 갈등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인 자원이 부족하다.”(최인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포럼 전문가들은 IT를 활용한 자살예방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청소년의 심리 상태와 행동 방식을 토대로 민관이 함께 운용하자는 말. 진흥원의 권정은 선임은 “자살상담센터의 인력을 청소년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시간대에 집중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김정선 매니저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살과 관련된 글을 위험정도에 따라 분류하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인터넷에 위험한 글이 올라왔을 때, 상담기관이 바로 알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자살을 막기 위한 해법은 또 없을까. 민관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포함한 ‘대한민국 사회 현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2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청계천로의 한국정보화진흥원 지하 1층 대강당.

○ 빅데이터 국가전략포럼 분석팀

△종합기획: 김현곤 박정은(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 전략연구센터)

△청소년 자살: 권정은 정지선(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 전략연구센터) 김정선 김현남(SK텔레콤 스마트인사이트 성장솔루션 사업팀)

△청년 일자리: 이유택 백인수(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 전략연구센터) 조인호 김형래(한국고용정보원 정보화사업본부) 구태훈 신중섭(테라데이터)

△영유아 보육정책: 김정미 윤미영(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 전략연구센터) 박영일(SM2네트웍스)

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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