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중관계 회복 시점에…” 당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 흉기저항 中선원 사망 파장

16일 한국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선원이 해양경찰의 고무탄에 맞아 숨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한중 양국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영토분쟁 및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한중일 3국이 외교전쟁을 벌이는 민감한 시기에 벌어져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08년 9월 해경 박경조 경위에 이어 지난해 12월 이청호 경장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이후 ‘불법조업 근절 종합대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단속 해경 전원에게 총기를 지급하고 총기 사용 가이드라인을 간소화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 방안이 담겨 있었다.

이에 중국은 “총기를 남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 3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고위급 회담에선 한국의 중국 어선 불법조업 단속에 대해 ‘비문명적(uncivilized)’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단속과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선원의 사망이라는 악재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정부는 내심 당황하는 분위기다. 자국 선원을 상대로 한 단속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중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해경의 단속 활동 전반으로까지 문제를 제기할 경우 이는 한중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최근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과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에까지 ‘전선’이 확대되는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초부터 불법조업 단속, 탈북자 강제북송,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 씨 고문 사건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악화돼 왔던 한중 관계는 최근 간신히 개선되는 조짐이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번 사건이 정당한 공무 집행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중국 측에 설명하고 불필요한 외교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신경을 쓸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각종 단속 장비를 강화하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해경은 지금도 흉기를 휘두르며 단속에 저항하는 중국 선원들과 맞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해양경찰청이 최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불법조업을 하다 나포된 중국 어선은 200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모두 2032척에 이른다. 이 기간에 38명의 해경 요원이 중국 어선들을 단속하다 부상했고 2명은 순직했다.

이날 사건 발생 전까지도 한중 양국은 불법 조업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계속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9∼12일 제주에서 열린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서 불법 조업 어선이 단속에 불응하고 도망가더라도 증거가 있으면 자국 법령으로 처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2013년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어업 규모도 어선 1600척(어획할당량 6만 t)으로 동일하게 확정했다. 양국의 EEZ 내 어업 규모가 같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정부는 숨진 중국 선원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고무탄이었는지 정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비살상용 고무탄은 플라스틱 재질로 된 권총에서 발사된다. 탄두는 고무이며 탄두 크기는 일반 권총 탄환 크기 정도다.

고무지만 5∼7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쏘면 철제벽도 움푹 파일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 사람이 맞으면 엄청나게 아프고 멍도 들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고무탄을 맞고 죽은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호 장구가 없는 상태에서 맞을 경우 상당한 부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채널A 영상] 총-칼 든 中 선원들 격렬히 저항…목숨 건 바다 싸움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불법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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