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 두 줄에 430만원… 기막힌 입시컨설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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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인 A 씨는 지난달 중순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수시모집에서 유리한 대학과 전형을 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고3 딸을 생각하니 눈이 번쩍 뜨였다. 돈이 없어 학원 한 번 못 보냈지만 전교 10등 안에 들어준 고마운 딸이 며칠 전 “친구들은 컨설팅을 받는다던데…”라며 울먹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홀린 듯 메시지를 보낸 H교육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비 70만 원이 부담됐지만 막막한 마음에 서울 서초구 사무실로 찾아갔다. 작은 사무실에는 남녀 직원이 한 명씩 있었다. 남자 상담원은 A 씨에게 10여 곳의 대학을 추천했다. A 씨는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상담원은 논술, 적성검사 위주 등 엉뚱한 전형만 권했다.

상담원은 “논술 첨삭, 자기소개서 첨삭, 포트폴리오 등 여섯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항목당 80만 원인데 그 이하 대학은 60만 원에 해준다”며 선심 쓰듯 말했다.

순간 4년 전 아들의 입시 때 피눈물을 쏟은 기억이 살아났다. 수시모집이 마구 늘어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담임은 교사추천서마저 집에서 써오라고 했다. 아들은 성적보다 못한 대학에 갔다.

‘하나뿐인 딸인데… 한 번뿐인 입시인데….’ 통장을 탈탈 털고 주변에서 300만 원을 빌려 430만 원을 냈다.

결과는 어이가 없었다. 딸이 써서 보낸 자기소개서는 ‘잘 썼어요’라는 말과 두어 줄의 첨삭만 달린 채 되돌아왔다. 맞춤법도 틀렸다. 이 소개서를 본 담임은 빨간줄을 죽죽 그었다.

논술자료라고 온 것은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된 기출문제와 신문기사, 그리고 10년 전 기준의 무료 논술사이트 주소였다.

항의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A 씨는 원래 희망했던 네 곳에 원서를 넣었다. 환불을 요구하자 업체는 A 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A 씨는 “우리 같은 사람한테는 월세집 보증금인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 업체의 K 원장은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제공했다”고만 했다. 어떤 정보를 줬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교육당국에 등록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강남교육청에 등록을 했다고 하다가 이내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말을 바꾼 뒤 연락을 끊었다.

입시요강이 너무 복잡해 일선 교사들도 입시 지도에 애를 먹는 실정을 악용해 학부모를 울리는 고액 입시컨설팅 사기는 끊이지 않는다. 재외국민전형을 준비하던 B군도 최근 100만 원을 날렸다. 인터넷 카페의 광고를 보고 연락한 업체 소장은 “20년 넘게 조기유학생만 관리하며 연세대 고려대에 보냈다”고 했다. 어머니를 졸라 100만 원을 내고 찾아가자 네 가지 전형을 추천하며 전형마다 200만 원을 내야 추가 상담을 해준다고 했다. 그게 전부였다.

이런 업체들의 특징은 입시 관련 경력이나 전문성이 없고 학원으로 등록조차 안 된 곳이 대부분이다. 상호를 자주 바꾸고 상담비를 현금으로 요구한다. 누가 봐도 사기성이 짙지만 입시를 앞두고 절박한 마음에 판단이 흐려진 이들은 쉽게 당한다. 입시전문가들은 이름 없는 사설업체는 피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상담센터(univ.kcue.or.kr)나 전화(1600-1615)를 통하면 현직 진학담당 교사에게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엔 사립대들도 입학처로 문의하면 성적에 맞춰 유리한 전형을 추천해주는 곳이 많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사이비 입시상담#입시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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