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대천 앞바다에서 꽃게잡이를 하는 어민 최모 씨(56·보령시 신흑동)는 금어기가 풀린 요즘 매일 출항하고 있지만 착잡하기만 하다. 그물에 올라오는 꽃게는 고작 어린이 손바닥만 한 것뿐인 탓이다. 꽃게가 더 크기를 기다리고 싶지만 다들 그물을 던지는데 혼자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본격적인 꽃게 철이 왔지만 주산지인 충남 서해안과 인천 앞바다 어민들은 울상이다. 산란기인 금어기(6월 16일∼8월 15일)를 끝내고 본격 조업에 나섰으나 꽃게 대부분이 살이 오르지 않아 속이 텅 비었다. 이는 개체가 늘면서 먹이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꽃게 서식지인 바다 저층의 수온이 중국 냉수대의 영향을 받아 낮아졌기 때문. 꽃게는 매년 7∼9월 허물을 벗고 성장하지만 탈피 적정온도는 섭씨 22∼24도이다. 지난해에는 수온이 21도에 그쳤다. 탈피 시기가 늦어져 꽃게의 성장도 그만큼 더딘 것.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인천 앞바다에서 잡힌 암게의 평균 갑폭(등딱지의 가로 길이)은 1995년 14.8cm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11.6cm로 작아졌다.
이에 따라 어민들은 금어기를 7월 1일부터 9월 말까지로 조정해야 제대로 된 꽃게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 자란 꽃게를 잡으려면 9월 말 이후에나 가능한데 금어기가 8월 중순에 끝나기 때문에 너도나도 다 자라지 않은 꽃게를 잡아가 버린다는 것이다. 어민 이재흥 씨(51·보령시 오천면)는 “살이 통통한 꽃게를 잡으려면 사실 9월 말에나 가능하다”며 “금어기를 늦춰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산란기 꽃게잡이를 막으려고 금어기가 설정됐지만 어민 주장에 타당성이 있어 15일 정도 늦추는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며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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