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종자·골재업자 거액로비 수사(종합2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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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수입업자와 골재채취업자의 로비자금 중 일부가 공기업 사장 출신 여당 의원에게 흘러간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3일 발아율이 떨어지는 불량종자를 우수종자로 둔갑시켜 수십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종자수입업자 김모(44) 씨와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 등 9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2009~2011년 종자분석증명서·원산지증명서 등을 위조해 품종이 확인되지 않거나 수확연도가 오래된 종자를 외국정부기관에서 보증한 것처럼 속여 정부의 녹비종자대 지원사업에 납품, 20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김 씨가 한국영농신문 대표 민모(55·구속) 씨에게 로비명목으로 건넨 8000여만 원 중 일부가 당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던 H의원에게 흘러간 정황이 포착돼 관련자를 조사하는 한편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H의원은 지난 4월 19대 총선에 새누리당으로 출마해 당선돼 현역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민 씨는 또 지난 2008년 골재채취업자 채모 씨로부터 '농어촌공사 사장에게 청탁해 저수지 준설사업 허가를 받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8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와 관련, H의원의 주변인물을 불러 조사했으나 민씨가 받은 돈이 실제로 H의원 측에 건너간 흔적은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계자는 "민 씨가 채 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확인됐으나 이 돈이 H의원에게 흘러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며 "구속된 민 씨가 나를 빙자해 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한 달 반 만에 되돌려줬다고 하는데 그런 사실도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H의원은 "민 씨가 나를 빙자해 잘못된 일을 한 것이고 이와 관련해 경찰의 연락을 받거나 조사받은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경찰은 김씨로부터 종자 검역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5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 홍모(45)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한테서 불법종자 납품 사실을 눈감아달라는 청탁 대가로 술값 대납을 요구하는 등 3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NH무역 팀장 안모(41) 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운송을 담당하는 농협물류 직원인 또 다른 홍모(34) 씨는 운송업체 선정과정에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대가로 8500만 원을 받았으나 수사가 시작되자 채무가 있었다며 돈을 모두 돌려줘 구속을 면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입업자들은 비보증종자보다 최고 30% 비싼 보증종자 또는 수입이 용이한 종자의 구매량을 늘려달라고 브로커를 통해 로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종자수입을 대행하며 수입업체들에 각종 명목으로 페널티를 준 뒤 이를 수익으로 처리하거나 적용환율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정부에 수억 원을 부당 청구한 농협무역을 농림수산식품부에 통보, 부당이득을 환수토록 할 방침이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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