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낙하산 인사’로 제 식구 챙기는 부산시장

  • 동아일보

부산교통공사 사장 자리 규정 바꿔가며 측근 임명
법원 “절차위법” 취소판결… 다시 뽑는 시장 누가될지…

조용휘 기자
조용휘 기자
부산시가 부산교통공사 사장을 다시 뽑기로 했다. 부산지법 행정2부가 최근 ‘현 배태수 부산교통공사 사장(56) 임명절차가 위법했다’며 임명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올 1월 1일부터 근무를 시작한 배 사장은 임기가 2년 반 정도 남아 있다.

이번 일로 그동안 부산시가 공기업 임원을 낙하산식으로 임용했던 관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배 사장은 지난해 12월 강한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55)과 함께 부산교통공사 임원 후보 공개모집에 지원했다. 당시 부산시의회 사무처장(2급)으로 재직 중이었지만 사장 후보 추천대상에 들었다. 허남식 시장은 그를 사장으로 임용했다.

이에 앞서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3월 임원후보 자격을 강화하면서 현직 공무원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하지만 이사회 의결이나 시장 승인도 받지 않았다.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인 강 위원은 “개정된 규정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효력이 없고 배 사장은 사장 후보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올 1월 9일 소송을 냈다.

판결 직후 시와 교통공사 측은 “행정안전부 ‘공기업 인사운영기준’에 따라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항소의사를 밝혔다. 배 사장 지위도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유지하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부산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부산지하철노조가 반발하자 23일 “임명절차를 밟아 다시 사장을 뽑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새 사장 공모에는 배 사장도 응모할 수 있다. 그의 거취에 따라 다시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부산시 산하 5개 공사와 공단 임원 14명 중 12명이 시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일부 자질 논란과 함께 ‘낙하산 인사’ ‘제 식구 챙기기’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사태가 공기업 임원을 뽑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동서남북#부산교통공사#낙하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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