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기금, 부동산 투자 240여억 날렸다

  • 동아일보

민자역사-아파트 개발 등 ‘몰빵’ 했다가 손실
관광-체육-국제교류기금도 작년 마이너스 수익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용하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은 2008년 7월 서울 도봉구 창동 민자역사개발사업에 15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완공 예정이었던 창동 민자역사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며 문예기금은 투자한 원금 중 117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문예기금은 이 밖에도 광주 남구 봉선동 아파트 개발사업에 200억 원을 투자했다가 124억 원을 날렸으며,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가 10.6%의 손실을 입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0일 기금 여유자금 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문예기금을 비롯한 4개 기금이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금 64곳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2.39%였다.

이들 기금은 제대로 된 수익성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리스크가 높은 부동산 또는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담당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은 부동산펀드인 ‘GB캄보디아사모부동산신탁1호’에 40억 원을 투자했다가 32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해외주식형 펀드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가 20.8%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적절한 절차 없이 투자 결정을 내린 곳도 적지 않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용하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지난해 4월 해외 주식형펀드인 ‘삼성미국대표주식증권투자신탁1호’에 가입했다가 15.6%의 손실을 봤다. 예산정책처는 “세계경기 침체가 시작된 시점에 위험등급 1등급인 해외 주식형펀드 투자결정을 내렸다”며 “자산운용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장 결재로 투자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문예기금과 관광기금도 자산운용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투자를 진행했다가 손실을 입었다.

이들 기금이 여유자금을 일부 투자처에 ‘몰빵’한 것도 손실을 본 이유 중 하나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문예기금의 경우 대체투자 중 부동산 비중이 90%를 넘었다. 투자 수익률은 국내 부동산의 경우 ―33.7%, 해외 부동산은 ―11.2%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담당하는 국제교류기금은 파생상품 등 대체투자에 전체 중장기자산의 88.4%를 집중 투자했다가 1.1%의 손실을 봤다.

일부 기금의 손실에는 담당 공무원의 부정도 개입돼 있었다. 수익률 최하위를 기록한 문예기금(―7.2%)과 관광기금(―4.5%)의 경우 지난해 8월 검찰에 의해 운용 및 투자 담당 공무원들이 브로커로부터 수억 원의 뇌물을 받고 투자를 결정한 사실이 적발돼 처벌되기도 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문예기금#마이너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