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선정적 춤판-헌팅… 성인클럽 뺨치는 청소년 클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중고생 건전놀이공간’ 내건 서울 신촌 업소 가보니

7일 오후 11시경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청소년 클럽을 찾은 청소년들이 무대 위에 올라 춤을 추고 있다. 이 클럽은 8일 새벽 4시까지 영업을 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7일 오후 11시경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청소년 클럽을 찾은 청소년들이 무대 위에 올라 춤을 추고 있다. 이 클럽은 8일 새벽 4시까지 영업을 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일요일인 8일 새벽 1시경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있는 한 청소년 클럽.

막차가 끊긴 시간임에도 중고생으로 보이는 50여 명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이들은 실내를 울리는 ‘섹스 온 더 비치’라는 제목의 노래에 맞춰 ‘섹스’를 큰 소리로 외쳤다. 가운뎃손가락을 쳐들면서 영어 욕설을 마구 외치기도 했다. 개중엔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소년 소녀들도 있었다. 일부는 남녀가 뒤엉켜 서로 하반신을 밀착한 채 엉덩이를 흔드는 ‘부비부비’ 춤을 추기도 했다.

이 클럽은 지난달 1일 ‘청소년 비(非)유해 클럽’이라고 광고하며 문을 열었지만 기자가 방문한 이날 클럽 분위기는 여느 성인 클럽과 다르지 않았다. 앳된 얼굴을 가리기 위해 짙은 화장을 하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학생과 스카프 등으로 잔뜩 멋을 부린 남학생들이 곳곳에서 선정적인 춤을 췄다. 조명이 닿지 않는 구석에선 부둥켜안고 입을 맞추는 청소년 커플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청소년 클럽답게 실내에선 술과 담배 판매를 통제하고 있었지만 청소년들은 수시로 클럽 밖을 드나들며 담배를 피웠다.

이른바 ‘헌팅’에 나선 남학생들도 있었고, 남녀가 즉석에서 만나 함께 밖으로 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무대 위에서 춤을 추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클럽 밖으로 나온 남학생 2명과 여학생 3명은 곧바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고교 2학년 고모 군(17)은 “친구와 함께 왔다가 여학생들을 사귀어 함께 놀기 위해 나왔다”며 “근처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실 생각”이라고 말했다. 클럽 인근 편의점 앞에서 만난 고교 3학년 이모 군(18)은 “솔직히 클럽에 여자 만나러 오지 다른 이유가 있겠느냐”며 웃어 보였다.

춤이 좋아 연습을 하기 위해 클럽을 찾은 학생들도 적지 않지만 이곳을 찾는 중고생 상당수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성인 클럽의 모습을 기대하고 클럽에 온다고 했다. 매일 학교를 마치고 클럽을 찾는다는 고교 1학년 송모 군(16)은 “춤을 추러 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성을 만나러 오는 학생들도 많다”며 “다 자기 능력껏 노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동영상=사라져가는 예술가들의 천국 ‘홍대앞’

2월 경남 창원에, 4월에는 부산 남포동에도 이 클럽과 유사한 청소년 전용 클럽이 생기는 등 최근 클럽문화는 10대 청소년들 속으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청소년 전용 클럽은 학교나 도서관 이외엔 마땅히 놀 공간이 없는 청소년들이 술 담배에 오염되지 않고 음악과 춤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최근 일부 청소년 전용 클럽은 성인 밤문화를 모방하는 탈선의 장소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 문제는 기성세대를 모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며 “청소년이 스트레스를 풀 공간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청소년 클럽이 과연 건전한 청소년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콜라텍’ 심야영업 현행법으로 단속 못해 ▼

8일 오후 8시경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청소년 전용 클럽. 신촌 유흥가 인근에 자리 잡은 이곳엔 날이 저물자 청소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8일 오후 8시경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청소년 전용 클럽. 신촌 유흥가 인근에 자리 잡은 이곳엔 날이 저물자 청소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새벽까지 청소년들이 몰리다 보니 주변 상인이나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클럽 인근 주민 최모 씨(54)는 “청소년 건전 문화공간이라더니 문신하고 술 담배 하는 애들만 오는데 건전은 무슨 건전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클럽은 평일에는 오후 11시, 주말에는 새벽 4시 정도까지 영업을 하지만 현행법상 이를 제재할 방법도 없다. 청소년 보호 대상 시설이 아닌 ‘콜라텍’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현 행 청소년보호법상 찜질방, PC방, 노래방 등은 청소년 출입제한시간이 있어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반면 ‘콜라텍’은 ‘자유업’으로 등록돼 청소년이 심야에 출입해도 행정 처분 대상이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클럽이 생긴 이후 민원이 쏟아지지만 단속을 하려고 해도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없어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선 범죄 예방을 위해 순찰을 강화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본보는 클럽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했지만 클럽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는 일절 사양한다”고 했다.

[채널A 영상] 청소년 10명 중 8명 “술 구입 가능”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권오혁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콜라텍#청소년 클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