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고 장사땐 손님 절반 뚝” 문 열고 배짱 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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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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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명동 단속 첫날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중구 소속 공무원이 문을 연 채 냉방기를 틀고 영업 중인
의류 상점을 단속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중구 소속 공무원이 문을 연 채 냉방기를 틀고 영업 중인 의류 상점을 단속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문 닫고 장사하면 손님이 절반 넘게 떨어지는데 정부는 에너지 낭비라고 단속한다니….”

낮 기온 22도로 비교적 선선한 날씨였던 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스포츠용품 전문 매장은 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 냉방을 가동하고 있었다. 단속 요원 9명이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매장 관계자는 “환기시키려고 잠시 문을 열어 놓은 것뿐이다”고 잡아뗐지만 단속에 나선 공무원들은 “에어컨을 켠 채로 5분 넘게 출입문을 열어두면 단속 대상”이라며 경고장을 발부했다.

1일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지자체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서울 명동과 강남 일대에서 냉방기를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매장들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다. 이날 강남 일대 매장 14곳과 명동 지역 매장 10곳이 에어컨을 틀고 출입문을 연 채 영업을 하다 적발됐다. 매장 관계자들은 “자동문인데 손님이 망가뜨려 열어놨다” “손님이 열고 나갔는데 미처 닫지 못했다”고 변명했지만 모두 경고장을 받았다. 1회 적발 시 경고장을 발부하고 이후 과태료 50만 원을 시작으로 반복 적발될 경우 최대 3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

매장 관계자들은 “출입문 개방은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라 단속이 무섭다고 문을 닫을 수는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명동의 한 대형 신발매장 관계자는 “명동은 유동인구가 많아 20분간 문을 열어놓으면 손님이 70명은 더 들어온다”며 “문을 닫으면 손해가 커 과태료를 물더라도 개방형 영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입문 설계부터 개방형 영업을 염두에 둔 일부 매장의 반발도 거세다. 명동 지역 중소형 화장품, 의류 매장의 일부는 통유리를 한쪽으로 몰아 문을 여는 방식이어서 출입문을 쉽게 닫을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자동문의 조작을 수동으로 바꿔 열어놓았다가 단속이 시작되자 다시 자동으로 바꾸거나 에어컨을 끄는 등 꼼수를 쓰는 매장도 있었다. 단속이 끝난 뒤 오후 6시경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하철 명동역에서 우리은행 사거리에 이르는 중앙로 인근 매장 58곳을 돌아본 결과 11곳이 출입문을 열고 에어컨을 켠 상태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경고장을 받았던 한 의류매장 관계자는 “오늘은 운 없게 걸렸지만 단속에 맞춰 에어컨을 잠시 꺼두면 되니 앞으로도 출입문을 닫고 영업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중구 지역경제과 정삼익 팀장은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앞으로 두 달간 대대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며 “단속에 맞춰 잠시 에어컨을 꺼두는 얌체 매장들도 결국 적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명동#냉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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