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수영도 공부도 ‘금메달’, 열정은 그를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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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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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수영 동메달 이현승 씨, 아이비리그서도 학업우수상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하루 2시간 반 자며 수영과 공부 병행

수영과 공부를 모두 완벽에 가깝게 소화한 이현승 씨. 늘 ‘엄친아’란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그의 삶은 땀으로 가득 차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수영과 공부를 모두 완벽에 가깝게 소화한 이현승 씨. 늘 ‘엄친아’란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그의 삶은 땀으로 가득 차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현승 씨(26·미국 컬럼비아대)에겐 늘 ‘엄친아’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중학시절 반에서 1, 2등을 하던 이 씨는 중3 때 수영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다. 대원외고에 진학해서도 3년 연속으로 전국체전 수영 고등부 자유형 400m에서 우승했고, 대학은 미국 아이비리그인 컬럼비아대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도 금융공학을 전공하며 수차례 학업우수상을 받은 그. 결국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400m, 800m 계영 동메달을 땄다.

공부와 운동, 이 두 가지 모두를 이 씨는 어떻게 완벽에 가깝게 해냈을까. 19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았다.

‘우등생’의 올림픽 도전기

“제 인생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겁니다.”

대학졸업을 한 학기 남긴 지난해 여름, 이 씨는 지도교수와 학과장에게 e메일을 보냈다. 2012런던올림픽 수영부문에 도전하기 위한 휴학을 허락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대학 규정상 휴학이 더는 불가능했지만 이 씨의 열정을 높게 산 대학 측은 휴학을 허락했다.

자유형 1500m 출전을 목표로 삼은 이 씨는 지난달 28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멜제이잭인터내셔널 대회에서 15분 27초 41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OST)을 만족시켰다. 하지만 20일 대한수영연맹이 올림픽 출전 자격 기록(OQT)을 이미 통과한 박태환의 자유형 1500m 출전을 결정하면서 이 씨의 꿈은 무산됐다.

“급성맹장염에 걸려 14일에 수술을 받았어요. 맹장이 터져서 일주일 정도 고름을 빼는 주머니를 차고 있어야 했지만 수영 훈련을 위해서 바로 봉합수술을 하고 퇴원했어요. 퇴원한 다음 날 태환이가 올림픽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엄친아? 닷새간 2시간 반 자며 수영과 공부 병행

이 씨는 한순간도 올림픽 출전의 꿈을 포기한 적이 없다. 대원외고 재학시절에는 하루 4시간을 잤다. 수영훈련은 야간자율학습시간에 했고 집에 와서는 밀린 공부를 하고 새벽이 되어 잠이 들었다. 밀려오는 피로에 저녁을 먹다 그대로 잠들기도 했다.

대학에선 하루 2시간 반을 잤다. 매일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대학 수영팀에서 4시간을 훈련하고 5시간의 학교수업을 들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진 과제를 했다.

“지난 학기에는 학교 시험기간에 수영 대회 준비가 겹쳐서 5일간 총 2시간 반을 잔 적도 있어요. 5일째가 되니 손발이 떨리더라고요. ‘이러다 죽겠다’ 싶었는데 죽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사실 중3 때 그는 수영팀이 있는 서울 경기고에 진학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서울 대원외고를 권유했다. 이 씨는 뜻을 굽히지 않고 가출을 감행했지만 아버지가 쓴 다음과 같은 편지를 읽고 마음을 돌렸다.

‘인생이 70∼80년이라면 수영선수로서의 수명은 20∼25년에 불과하다. 수영도 즐기면서 좋아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미국에는 수영선수이면서도 의사 혹은 정치가로 명성을 날린 사람도 있다….’

“수영으로 기른 집중력과 체력이 공부의 힘”

고교 때부터 다른 선수들보다 부족한 운동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훈련의 질과 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동료들과 허물없이 지내다가도 수영훈련을 시작하면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코치가 그날 소화할 훈련 프로그램과 훈련 양을 정해주면 스스로 조금 더 많은 훈련 양과 좋은 기록을 목표로 잡았다.

생활은 치밀하게 짠 일정에 따라 움직였다. 매달 초엔 한 달간 해야 할 일과 목표를 세운 뒤 주말엔 주간 일정을 세웠다. 또 매일 해야 할 일의 계획도 세우고 하나씩 지워가면서 살았다.

이 씨는 “수영을 할 때 손을 내젓고 발을 차는 한 동작 한 동작에 온 신경을 기울이다 보니 집중력이 좋아져 공부할 때도 도움이 됐다”면서 “하루 3시간 정도 자는 강행군은 수영을 하며 기른 체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곧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는 남은 한 학기 수업을 들으며 투자은행 취업을 준비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금융전문가’라는 또 다른 꿈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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