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학교폭력 예술치료 캠프 ‘베프존’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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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린 나쁜감정 속시원히 터져”
‘문제아’ 청소년, 세상에 마음 열다

“마음속에 눌려 있던 나쁜 감정이 터져 나와 속이 시원했어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교 대강당에 속칭 ‘문제아’로 불리는 청소년들이 모여 앉았다. 대검찰청 형사부가 범죄예방전국연합회 및 한국표현예술심리치료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학교폭력 예술치료 1일 캠프 ‘베프존(베스트 프렌드 존)’에 참가한 200여 명의 청소년이었다.

기소유예 조건으로 사실상 강제로 참석한 아이들은 처음엔 많이 어색해하고 불편해했다. 스마트폰만 쳐다보거나 친구와 떠들기도 했다. 하지만 치료사들은 차분하고 진지하게 다가갔다. 학생들에게 허공에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의미하는 가상의 공을 만들어서 던지고, 튀기고, 다른 이에게 전하게끔 했다. 자신의 잘못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각종 재료로 공작해서 표현해 보길 주문하기도 했다.

치료사들의 끈질긴 노력에 학생들은 차츰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장애인 친구를 때려 중상을 입힌 한 학생은 “약자를 괴롭히는 내 마음을 겨누겠다”며 스펀지 막대와 끈으로 만든 활의 시위를 당겼다. 온몸에 문신을 휘감은 채 무서운 표정을 짓던 소년은 끝날 즈음 치료사와 마주앉아 즐겁게 웃기도 했다.

이번이 10번째 예술치료라는 유모 군(17)은 “처음엔 ‘이게 뭔 짓인가’ 싶어 싫었는데 어느새 열심히 참석하는 내 자신이 조금은 대견했다”며 “앞으로는 무면허 오토바이 폭주도 하지 않고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표현예술심리치료협회 차미정 교수는 “청소년 범죄의 대부분이 억눌린 감정을 잘못된 방법으로 분출해 일어난다”며 “그런 감정을 자연스럽게 꺼내 스스로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것이 예술치료”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3월부터 서울남부지검 등에서 소년범을 대상으로 예술치료를 시행한 결과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선진 교화방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검 관계자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처벌 아니면 선처’ 식으로 단순하게 대처하기보다 상황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태도와 심리상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면 청소년 범죄 재범률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학교폭력#문제아#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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