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서점주인과 학생들간의 情, 이토록 끈끈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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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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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1997년 강원대 앞에서 ‘춘천서림’ 운영했던 나환목 씨
생계용 車 낡아 생활고 겪자 ‘단골’ 운동권 출신들 주축 돼
SNS 모금운동 벌여 車 선물

전 춘천서림 대표인 나환목 씨가 9일 서점 운영 당시 단골 고객들로부터 자동차를 선물받은 뒤 차 앞에서 박수를 받으며 포즈를 취했다. 춘추달나 제공
전 춘천서림 대표인 나환목 씨가 9일 서점 운영 당시 단골 고객들로부터 자동차를 선물받은 뒤 차 앞에서 박수를 받으며 포즈를 취했다. 춘추달나 제공
강원 춘천시 강원대 후문 앞에서 사회과학 전문서점 ‘춘천서림’을 운영했던 나환목 씨(57)는 9일 뜻 깊은 선물을 받았다. 서점 운영 당시 인연을 맺었던 운동권 출신 학생들이 주축이 돼 돈을 모아 자동차를 선물한 것. 더욱이 이날은 6·10 민주항쟁 25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어서 의미가 더했다.

어릴 적 불발탄 폭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나 씨는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춘천서림을 운영했다. 이후 제지회사에 다니다 지난해 말부터 물티슈 배달을 해왔는데 16년 된 그의 차량이 잦은 고장으로 속을 썩이자 이 사실을 안 지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금 모금에 나선 것. 4월 16일 페이스북에 ‘춘추달나’(춘천서림 추억 싣고 달려라 나환목) 방을 개설한 지 2개월도 안 돼 목표액 2000만 원을 넘어섰다. 당초 이달 말까지 예정했던 모금은 1개월 빨리 마감됐다.

152명이 참여해 모금된 액수는 총 2600만 원. 2000만 원으로 장애인용으로 특수 제작된 아반떼 차를 구입하고 보험료를 냈다. 자동차 전달식 행사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나 씨에게 차량 유지비로 전달했다. 이날 강원대 미래광장에서 차량을 받은 나 씨는 “서점을 운영할 때도 학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학생들은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너무 큰 선물을 받아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군부정권 시절 나 씨의 춘천서림은 운동권 학생들과 사회과학 서적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의 휴식처였고 정보 공유의 장이었다. 당시 나 씨는 학생들로부터 ‘서림 형님’ ‘서림 아저씨’로 불렸다. 이 같은 인연 덕택에 학생들은 졸업한 뒤에도 모임이 있으면 나 씨를 초청해 자리를 같이하는 등 인연을 이어 왔다.

성금 모금을 주도했던 김용래 씨(47)는 “각자의 삶이 고단하다 보니 나 씨의 생활까지는 신경을 못 썼는데 요즘 생활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십시일반 정성을 모으게 됐다”며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량 전달식에 참석한 정재웅 강원도의원은 “나 씨와는 서점 주인과 고객의 관계가 아니라 동지의 인연”이라며 “이번 성금 모금은 나 씨를 돕는 것 외에도 (운동권) 선후배들의 끈끈한 관계를 확인하는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춘천서림#SNS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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