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압 낮춰 예비전력 메꿔…“계획정전도 배제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8일 03시 00분


■ 예비전력 ‘관심 단계’ 첫 발령… 당국 비상체제 돌입


무더위로 7일 예비전력이 올 들어 최저인 316만 kW까지 떨어져 전력 당국이 전국 변전소의 전압을 일제히 낮추는 긴급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정부는 잇단 사고와 예방정비로 원자력 및 화력 발전소 40기가 가동을 멈춰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이번 달이 더위가 본격화하는 7, 8월보다 오히려 전력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전력 수급 관리가 한계에 이르면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일본이 특정 지역에 전력 공급을 차단했던 ‘계획정전’이 국내에서도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식경제부 이관섭 에너지자원실장은 “7일 오후 2시 42분 예비전력이 316만 kW까지 떨어져 처음으로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전력당국은 예비전력이 400만 kW를 밑돌 때 관심 단계를 발령해 강제로 전압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이날 전국 2000여 변전소에서 전압을 2.5%가량 낮춰 70만 kW의 전력을 확보했다. 통상 전압을 일시에 낮추면 형광등이 갑자기 깜빡거리는 등 전력 품질이 떨어질 수 있지만 총 전압의 2.5% 하향 조정은 소비자가 느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력 당국의 설명이다.

이 실장은 “올여름 전력 사정이 대단히 어려워 계획정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계획정전은 예비전력이 100만 kW 아래로 떨어질 때 정부가 전력시장운영규칙에 적시된 전력 공급 우선순위에 따라 전력을 차단하는 조치다. 예비전력이 100만∼200만 kW 수준일 때 사업체와 사전에 맺은 약정에 따라 정전을 실시하는 ‘긴급 절전’보다 강한 수단으로,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계획정전을 거론한 것은 그만큼 전력 수급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을 증명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가 터진 직후 약 20일간 계획정전을 실시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전날 피크시간대 조업을 피하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전력 부하관리를 통해 200만 kW의 전력 수요를 추가로 낮췄다. 전압 조정과 부하관리로 총 270만 kW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이날 예비전력은 100만 kW 아래로 떨어져 계획정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었던 셈이다.

정부는 전력 유관기관에 비상 상황을 전파하는 한편으로 텔레비전 자막 방송을 통해 절전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300만 kW 미만의 ‘주의 단계’로 내려갈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력 공급이 이달 말이나 돼야 단계별로 정상화돼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화재로 가동을 멈춘 보령화력 1, 2호기(100만 kW)처럼 고장 및 예방정비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원전과 화력발전은 전국 28개 발전소, 40기로 이들의 설비용량 합계는 1150만 kW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82개 발전소 326기에서 공급할 수 있는 전력 7854만 kW의 14.6%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정전에 대비한 위기대응 훈련을 할 계획이다. 실제 정전 상황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 이에 대응하는 훈련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9·15 정전사태 당시의 경험을 되살려 정전으로 승강기가 닫혔을 때의 구조훈련과 병원 및 지하철에서의 정전 대응 훈련 등이 포함된다.

한편 정부는 8일 전기위원회를 열어 한국전력이 요청한 13.1%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심의한다. 그러나 이날 요금 인상률이 확정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두 자릿수 요금 인상안이 이날 통과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며 “한전이 이보다 낮은 수준의 요금 인상안을 마련해 전기위에 다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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