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장유세]“주민자치센터서 빌려간 우산 돌려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오전엔 맑았다가 오후 들어 갑자기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변덕스러울 때가 있다. 최근 기상예보를 확인하니 가끔 흐린 뒤 한때 비가 내린다고 한 날이 있었다. 그날 금세 돌아올 계획으로 우산을 준비하지 않고 집에서 나갔다. 일이 많아져서 오후로 접어들었다. 하늘이 검게 변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난감해하다가 주민자치센터를 찾으면 우산을 빌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났다.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해 직원에게 밖에 비가 내리니 우산을 빌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직원은 “우산이 없다”고 답했다. 우산이 없는 이유를 물으니 처음에는 우산 보관대에 30여 개의 우산을 비치해 뒀는데, 시민들이 하나씩 빌려 간 뒤로 소식이 없다고 했다. 비가 그치면 돌려주어야 하는데도, 사람들이 대개 귀찮게 혹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빌려간 우산을 반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직원은 우산을 빌려줄 때 대여 명부를 만들면 어떨까 잠시 생각도 해봤다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독지가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우산 1만 개를 기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산을 지자체에 기증한 사람의 마음은 시민들이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산을 쓰되 자기 물건처럼 아껴 쓰기를 바랐을 것이다. 또한 우산을 사용한 뒤에는 되돌려 줘서 다른 사람들도 쓸 수 있길 바랐을 것이다. 우산을 쓰는 사람들이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급할 때 우산이 필요한 사람의 사정을 헤아리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산이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빌려간 우산을 집에서 보관하는 시민은 지금이라도 빌려간 곳에 돌려주길 바란다.

장유세 경남 진주시 칠암동
#독자 편지#장유세#우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