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경남은행 대출비리 수사… “박배수 도움받았다고 브로커가 말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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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관계자 진술 확보

은행 대출 커미션 사건을 수사 중인 울산지검 특수부(부장 김관정)는 체포한 브로커 2명 가운데 권모 씨(49)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브로커 강모 씨(58)는 27일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울산에 공장이 있는 T사에 2009년 3월과 6월 등 두 차례에 걸쳐 경남은행으로부터 300억 원의 대출을 알선해주고 이 회사 대표 마모 씨(55)에게서 수억 원의 커미션을 받아 챙긴 혐의다. T사 관계자는 검찰에서 브로커들이 ‘이상득 의원 보좌관인 박배수 씨(47·구속기소) 도움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커미션을 받아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커미션 가운데 일부가 박 전 보좌관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추궁하고 있다.

또 검찰은 권 씨가 이 의원 지역구인 경북 포항에서 사업을 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회사인 S사 대표인 권 씨는 2009년 2월 포항 오거리 주변 1만1000m²(약 3300평)에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의 건물을 착공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시공사 부도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시공사와 공사대금 지급을 놓고 민사소송을 벌이면서 자금 압박을 받았다. 검찰은 이 시기에 권 씨가 대출 브로커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T사 사무실과 대표 마 씨 자택, 경남은행 등에 이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마 씨는 2009년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금융계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열린 ‘금융 관련 중소기업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은행 대출이 쉽지 않아 신규 시설 투자가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발언 이후 한 달 만에 200억 원이, 다시 3개월 뒤 100억 원이 추가 대출된 점을 들어 정권 실세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마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권 씨 등이 저금리로 대출을 알선해주겠다고 해 몇 차례 만났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며 “정상 절차에 따라 통상 금리로 대출 받았다”고 반박했다. 경남은행 관계자도 “언론에 우량업체로 소개된 T사에 합법적으로 대출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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