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학교폭력 매뉴얼’ 읽고 서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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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명문학군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카운티 공립학교에선…

미국 워싱턴 인근의 중산층 거주지역인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카운티의 공립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초등학생부터 고교생에 이르기까지 매년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두꺼운 책자를 받는다. ‘학생의 권리와 의무’라는 제목의 이 책자에는 폭언,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 및 총기 사용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담겨 있다. 규정을 위반할 경우엔 단기정학에서부터 퇴학에 이르기까지 처벌사항도 자세히 적혀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이 책자를 숙지한 뒤 읽었다는 서명을 해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어떤 행동이 학교 폭력에 해당하고 규정을 어길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에 대해 미리 명확하게 밝혀놓는다는 취지다.

미국 내에서 명문학군으로 일컬어지는 페어팩스카운티 공립학교도 학교 폭력의 예외는 아니다. 2009∼2010학년도에 페어팩스교육청은 학교폭력과 관련해 109건의 퇴학청문회를 열었다. 이 가운데 학생 간에 일어난 폭행이 3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교직원 폭행(27건), 학생집단폭행(26건), 성폭력(20건) 순이었다.

학교폭력을 퇴치하기 위해 학교뿐만 아니라 교육청과 학부모, 지역사회 및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학교폭력을 단순히 학내 사건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범죄행위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대응방식도 엄격하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이나 교사는 학교장에게 바로 신고해야 하고 학교장은 경찰에 신고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학교장은 교육감에게 해당 학생의 퇴학을 요청할 수 있다. 학생을 퇴학시킬지 여부는 교장이 결정하지 않고 학교장이 교육청에 요청하면 교육청의 조사와 청문을 거쳐 교육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학교에는 현직 정규 경찰이 파견돼 있다. 교육청과 경찰청이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학교경찰은 수갑과 무기를 갖고 있으며 물리력을 사용해 범인을 체포할 수 있다. 버지니아 주의 경우 학교경찰 574명이 주로 고등학교(50%)와 중학교(39%)에 집중 배치돼 있다.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워싱턴의 경우 경찰뿐 아니라 사설경비업체도 동원돼 있다. 2005년 학교안전 책임이 공립학교에서 워싱턴 경찰로 이관된 이후 학교폭력이 2011년까지 총 20% 감소했다고 한다.

상담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페어팩스교육청은 학교폭력개입예방국을 별도로 두고 있다. 학교심리상담사와 사회복지사, 스쿨카운슬러 등은 정기적으로 부모, 교사와 협의하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겐 사회성 개발을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페어팩스카운티는 또 학부모교사협의회와 조지메이슨대, 병원, 기업 등이 참여하는 ‘학교폭력방지지역연합회’를 구성해 폭력서클과 집단 괴롭힘 방지, 음주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미국#학교폭력#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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