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드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목포 용호초등학교에 모여 연주를 하고 있다.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제공
“간식 먹지 않을래요. 간식비용을 우리처럼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함께 연주할 수 있게 하는 데 써주세요.”
지난달부터 전남 서부권 소외계층 가정 아동들이 참여하는 드림 오케스트라에는 연주가 끝난 뒤 제공되던 초코파이나 토스트 등 간식이 중단됐다. 아이들이 매주 월, 목요일 오후 6시 반경에 모여 3시간 정도 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등을 연주하다 보면 늘 배가 고프다. 가장 먼 거리에서 오는 아이는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귀가해야 한다. 왜 아이들은 배고픔을 달래주던 큰 즐거움이었던 간식을 포기했을까.
드림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던 아동들이 자신감을 얻고 성격이 밝아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참가 희망자가 크게 늘어 운영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드림 오케스트라는 2010년 10월 창단 당시 단원이 35명에 불과했다. 창단 1년 5개월이 지나면서 단원이 194명으로 늘었다. 단원들은 목포나 신안, 무안지역 아동보육시설이나 지역아동센터 14곳에서 온 아동이다. 이들 98%는 부모가 없거나 조손 또는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출신이다.
아동들이 쓰는 각종 악기는 홍의현 드림 오케스트라 단무장(목포 홍현악기 대표)이 모두 기부했다. 기부한 악기가 시가로 3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바이올린 줄이나 활 등 악기 소모품을 감당하지 못할 처지가 됐다.
드림 오케스트라는 창단 당시 첫 연습을 목포 한 농공단지 체육관에서 시작했다. 이후 연습실을 목포지역 한 폐교로 옮겼지만 철거될 상황이 돼 지난달부터 목포 용호초등학교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학교 건물을 사용할 경우 현행 규정에 따라 연간 500만 원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오케스트라 한 관계자는 “연주에 참여하려는 소외계층 아동이 늘어 2000만 원의 운영비가 부족하게 됐다”며 “사정을 알게 된 아이들이 친구들이 더 참여할 수 있도록 간식 먹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드림 오케스트라 아동들은 음악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어릴 때 아동보육시설에 들어온 김현성(가명·12·초교 5년) 군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김 군은 드림 오케스트라에서 1년 5개월 동안 악기연주를 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았다. 또 최순이(가명·13·초교 6년) 양 남매도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음악으로 달래며 맑게 자라고 있다. 왕따나 학교 부적응, 발달장애 극복 등이 음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김한림 지휘자는 “연주를 하면서 폭력적이고 집중을 못하던 아이들이 차분하고 집중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드림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통해 빈곤 아동들의 범죄율을 낮추고 꿈을 갖게 한 베네수엘라의 음악운동 ‘엘 시스테마’의 한국판 성공 모델이 되고 있다.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드림 오케스트라가 안정적으로 연주를 할 수 있는 연습실이나 차량 확보 등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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