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눈총 받는 ‘대기업 빵집’, 中-동남아선 “와! 한국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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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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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매장처럼… 중국 베이징, 상하이, 톈진 등지에 점포 74곳을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 SPC 제공
명품 매장처럼… 중국 베이징, 상하이, 톈진 등지에 점포 74곳을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 SPC 제공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리며 국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대기업 외식업체들이 해외에선 ‘케이(K) 푸드’ 붐을 일으키며 외화 획득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 외식 브랜드가 음식문화 ‘트렌드 세터’ 역할을 하자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새로 문을 여는 쇼핑몰에 한국 음식 점포를 유치하기 위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외식업체는 모(母)기업의 본격적인 해외진출에 앞서 현지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소비자들에게 기업 브랜드를 알리는 첨병 역할도 해내고 있다.

○ 백화점도 모셔가는 한국 빵집


3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의 파리바게뜨 왕징점. 우리나라 동네 빵집의 1.5배 넓이인 매장 계산대에 7, 8명의 현지인이 줄을 서 있었다. 문상준 SPC 베이징·톈진(天津) 법인장은 “원래는 계산대가 2개였는데 손님이 늘면서 지난해 11월 하나 더 늘렸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면 30개가량의 테이블이 꽉 차는 이 매장의 하루 매출은 4만 위안(약 709만 원)이 넘는다.

2004년 중국에 진출한 파리바게뜨는 현재 매장을 74곳까지 늘리며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빵집들이 공장에서 만든 완제품 빵을 파는 데 반해 파리바게뜨는 하루 두 차례 공장에서 배달하는 반제품 상태의 빵을 매장에서 직접 굽는 ‘베이크 오프’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춘 덕분이다. 네 살배기 딸, 남편과 파리바게뜨 매장을 찾은 30대 초반의 중국인 주부는 “이곳에 오면 갓 구운 빵을 먹을 수 있어 신선하고 건강한 느낌”이라며 “맛과 향이 강하고 기름진 중국 빵보다 담백한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웰빙 브랜드로… 베트남에서 고급 베이커리 카페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뚜레쥬르. CJ푸드빌 제공
웰빙 브랜드로… 베트남에서 고급 베이커리 카페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뚜레쥬르. CJ푸드빌 제공
중국의 고소득층이 즐겨 찾는 맛집으로 자리매김한 파리바게뜨 매장을 유치하려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발길도 바빠졌다. 톈진의 고급 백화점인 하이신은 2009년 파리바게뜨를 유치하면서 2년간 임대료를 면제하고 매장 인테리어 비용의 절반을 자신들이 부담했다. 파리바게뜨가 2005년 비싼 임차료 때문에 들어가지 않았던 베이징의 랜드마크 ‘더 플레이스’도 2010년 12월 임대료를 당초 제안의 4분의 1로 깎아주며 파리바게뜨를 목 좋은 자리에 모셨다.

○ 호찌민 점령한 롯데리아·뚜레쥬르


베트남에서는 뚜레쥬르와 롯데리아가 각각 베이커리, 패스트푸드 부문에서 시장을 선도하며 모기업인 CJ와 롯데그룹 계열사의 현지 진출을 선도하고 있다.

2007년 현지에 진출한 뚜레쥬르는 현재 호찌민 내 직영점 14곳 중 12곳이 흑자를 낼 정도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 곰보빵에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선홍색 소시지를 얹는 등 메뉴를 개선하고,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인 점에 착안해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치밀한 현지화를 시도한 덕분이다.

CJ는 최근 인수한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메가스타’ 이용 고객에게 뚜레쥬르 제품 할인쿠폰을 주는 등 현지 사업 확대에 뚜레쥬르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베트남 관료들을 만나 사업을 논의할 때 CJ는 몰라도 뚜레쥬르는 안다는 이가 많다”며 “뚜레쥬르의 명성이 테마파크, 외식사업 등 그룹이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베트남에서 104곳의 점포를 운영하며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KFC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롯데리아도 현지인들에게는 롯데의 ‘간판’ 브랜드다. 풍부한 수산물을 활용한 ‘새우버거’와 한국식 소스를 사용한 ‘불고기버거’는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현지 생활 7년차인 한 대기업 주재원은 “롯데리아가 간판에 불을 켜놓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광고 효과를 누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호찌민=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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