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감동은 올해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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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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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웅∼’ 나발소리로 연 새해 첫 공연 신명나는 타악에 덩실덩실 마무리

전통타악연구소 예술단원들이 27일 서울 남산국악당 무대에서 앙코르 곡을 선창하자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호응을 하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전통타악연구소 예술단원들이 27일 서울 남산국악당 무대에서 앙코르 곡을 선창하자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호응을 하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 소외된 이웃에게 감동의 무대를 펼치는 나눔예술의 2012년 막이 올랐다. 올해는 예술분야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이 새 나눔 가족이 돼 희망의 여정을 알리는 첫 무대를 함께 꾸몄다. 》
‘부웅, 부웅∼.’

27일 오후 3시 나눔공연의 개막을 알리는 나발 소리가 서울 남산국악당에 울려 퍼지자 안데스 지역의 전통악기인 대나무 피리의 선율이 흘렀다. 서울 아동센터 아이들과 김성채 사장을 비롯한 금호석유화학 임직원 등 300여 명의 청중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무대를 응시했다.

피리가 낳은 ‘바람의 소리’는 이내 큰북과 모둠북의 웅장한 소리와 어우러지며 객석을 휘감았다. 관객들의 조심스럽던 손장단은 전통타악연구소(소장 방승환)의 사물놀이와 페루음악그룹 유야리의 어울림에 탄성으로 바뀌었다.

멕시코 음악 ‘라밤바’가 이어지고 유야리 리더 프레드 로페스 씨(26)의 선창에 객석은 박수와 노래로 남미의 열정과 어우러졌다. 예술단원들의 신들린 두드림 연주에 관객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자리에서 깡충깡충 뛰며 흥겨워하는 아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쉼 없이 이어진 타악의 신명은 휘파람을 타고 ‘따그닥 따그닥’ 말발굽 소리를 불러냈다. 영화 ‘석양의 무법자’, ‘우하’를 알리는 소리. 힘찬 타악이 뒤를 받친 서부영화 주제곡은 공연장을 흔들며 객석을 하나로 묶었다. 나눔예술의 새 시작을 알리듯 앙코르 곡 ‘람바다’는 관객들을 신나는 춤판으로 이끌며 새해 첫 나눔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서대문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지도교사 이진선 씨(30)는 “모두가 즐기는 인상적인 공연이었다”며 “예술교육과 만날 나눔예술이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예술적 체험과 건강한 감성을 키워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눔무대를 통해 새 삶을 개척한 장애인 배우들도 이웃들과 꿈을 나누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대 꿈을 펼쳐, 저 바다처럼∼.’ 19일 오후 8시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교회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어둑한 복도를 지나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휠체어와 목발에 몸을 의지한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원앤원(One&One)’ 배우들의 합창.

‘원앤원’은 장애인들이 좌절을 딛고 예술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창작뮤지컬이다. 배은주 대표(43·여)는 “나를 포함한 9명 모두 장애인 배우지만 특별한 시선을 원치 않는다”며 “여느 예술단처럼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연기를 잘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것이지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숟가락조차 들기 힘들었던 정유미 씨(35·여)는 북채를 쥐고 난타를 배우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통증을 참아내며 해낸 연기가 즐거움이었지만 관객과 소통하는 게 부담됐어요. 넘어야 할 과정이 많지만 진정을 담은 연기로 공감대를 넓혀 나갈 거예요.”

뇌성마비를 앓는 안희정 씨(40·여)는 지난해 말 서울의 마지막 나눔공연이 인상적이었단다. 언어장애로 포기할 생각을 숱하게 했지만 첫 무대부터 피날레까지 함께했기 때문이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데 연습을 더 충실히 할 거고요. 다른 뮤지컬처럼 저희를 자연스럽게 봐줬으면 합니다.”

예술단의 오디션 핵심 기준은 ‘포기하지 않는 끈기’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배우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힘들다. 가수가 꿈이던 막내 심보준 씨(26)는 안면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다른 뮤지컬 극단에서는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그에게 오디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예술단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게 된 심 씨는 장애인들이 당당히 일어서기 바라며 나눔무대에서 함께 어우러지고 싶다고 말했다.

박길명 나눔예술 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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