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듣는 즐거움 넘어 배움의 희망으로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올 한해 2100회 공연… 60만명에게 감동 선물

우아한 자태의 춤아리무용단원들이 20일 서울인강학교 대강당에서 현란한 몸짓으로 오고무를 펼쳐내며 학생들의 갈채를 받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우아한 자태의 춤아리무용단원들이 20일 서울인강학교 대강당에서 현란한 몸짓으로 오고무를 펼쳐내며 학생들의 갈채를 받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나눔예술’이 20일 서울 도봉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인강학교 공연을 끝으로 2011년 무대의 막을 내렸다. 올 한 해 나눔공연은 서울에서 200여 차례, 지방의 경우 1900여 회가 펼쳐져 60만 명이 넘는 이웃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3년차에 접어드는 새해의 나눔예술은 예술교육을 접목해 보다 알찬 프로그램으로 보폭을 넓힐 예정이다.

올해 나눔공연은 땅끝 너머 섬마을부터 강원도 산골마을까지 전국 곳곳의 이웃들과 감동을 나눴다. 전남 나주, 강원 평창의 다문화가족들과 주민들은 공연으로 하나가 되기도 했다. 인천에선 50여 년 만에 고국의 품에 안긴 사할린 동포들의 애환을 달랬다.

나눔무대는 해외에서도 빛을 발했다. 일본 교토에선 재일(在日) 한인어르신들이 ‘고향의 봄’을 노래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경북 영덕의 보육원에서 희망을 키운 시각장애인오케스트라는 미국 시각장애인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나눔예술은 새해부터 ‘교육과 예술의 만남’에 초점을 맞춘다. 다문화가정과 소외계층 자녀들에게 지속적으로 예술교육의 장을 제공하고 오케스트라로까지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살리고 건강한 꿈을 심어주는 데 무엇보다 예술교육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50여 년 전통의 동아음악콩쿠르 클래식 부문 인재들이 오케스트라의 친구이자 스승이 돼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나선다. 세종꿈나무하모니오케스트라 김은정 예술감독은 “새로운 나눔 네트워크를 형성할 오케스트라가 훗날 아이들의 삶에 바람직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울 마포 일대 복지시설에선 청소년예술교실이 한창이다. 80명의 초중학생들을 합창반 기타반 연극반으로 나눠 교육하는 프로젝트로, 아이들은 내년 2월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실력을 뽐낸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단장 김효경)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성(性)교육의 장으로 창작뮤지컬 ‘그날 이후’를 나눔무대로 연계할 계획이다. 전통타악연구소 방승환 소장은 관객참여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끼가 있는 관객을 발굴해 공연의 구성원으로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레퍼토리를 짤 계획이다.

새해에도 해외 나눔공연이 이어진다. 교토 공연에서 나눔무대의 힘을 확인했다는 남성중창단 모티브싱어즈의 박은용 대표는 내년 봄 일본 후쿠오카에서 나눔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올 10월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하트시각장애인체임버오케스트라 이상재 예술감독은 “내년에도 해외무대에서 희망을 연주할 것”이라고 했다.
▼ “북장단에 들썩이던 아이들, 공연후 물 갖다주며 고마워해” ▼


“이따 만나요.”

공연장을 향하는 무용단에 건네는 학생들의 인사말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20일 서울 도봉구 서울인강학교에서 펼쳐진 춤아리무용단(대표 송영환)의 나눔예술 피날레 공연. 발달 지적장애 초중고교 학생과 교사 200여 명과 금호석유화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들이 함께한 객석의 시선은 ‘오고무’로 향했다. 단아한 자태의 무용수들이 각각 5개의 북을 치며 풀어내는 춤사위다.

무용수들이 현란한 몸짓으로 힘 있게 북소리를 쏟아내자 학생들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북소리가 절정에 이를 때면 함성이 터졌다. 연이어 등장한 사물놀이패가 꽹과리와 장구를 요란하게 두드리자 손뼉 장단이 뒤따랐다. 화려한 궁중한복으로 치장한 무용수가 추는 축연무와 장구춤, 부채춤 등으로 이어진 무대는 학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절정은 사물놀이패와 무용수들이 함께 나와 무대 밖에서 펼친 ‘판굿’. 곰방대와 나무막대를 이용한 버나(접시) 돌리기 묘기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앙코르 성격의 판굿은 사물놀이 반주를 탄 예술감독 송영인 씨의 진도북춤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가락에 맞춰 몸을 들썩이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최고”를 연발하는 한 여학생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박진식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우리 춤사위에 흠뻑 빠진 것을 보니 교사로서 흐뭇했다”며 “몇 번이고 또 보고 싶을 만큼 멋졌다”고 감흥을 전했다. 송영인 씨는 “공연이 끝난 뒤 물을 갖다 주며 고마워하는 학생들을 보고 여느 공연 때와는 전혀 다른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