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남 섬, 대형화재 무방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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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인력-장비 태부족
황제도 14일 산불로… 섬 절반이상 잿더미

전남 완도 황제도에 낚시객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나 섬 절반 이상이 잿더미로 변했다.

주민 16명(12가구)이 사는 이 섬에 소방장비는 어깨에 메는 분무 소화장치 3대뿐이어서 화재 무방비 상태였다. 불은 14일 오후 9시 57분경 섬 갯바위 인근에서 났다. 불길이 무성한 잡풀을 따라 순식간에 섬으로 번지면서 섬 면적 0.6km²의 절반이 넘는 0.4km²가 소실됐다. 불이 나자 주민들은 배로 1시간 거리인 금일도읍사무소와 소방서, 해경 등에 지원을 요청했다. 주민들은 70세가 넘어 분무 소화장치를 어깨에 메기조차 힘들어 불길을 잡을 수 없었다. 주민 신고를 받고 6시간여 만에 공무원, 소방관, 해양경찰관 등 70여 명이 도착했다. 헬기 2대도 동원됐다. 불은 12시간여 만인 15일 오전 10시경 진화됐다. 하지만 잔불이 16일 오전 1시경 되살아나면서 다시 80여 명이 동원돼 가까스로 불길을 잡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낚시객들이 피운 불이 산으로 옮아붙었다’는 주민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인을 조사 중이다.

현재 전남지역 섬 가운데 유인도는 296개에 이르지만 소방인력과 장비가 배치된 섬은 100가구 이상 사는 11개 면 소재지 섬뿐이다. 11개 섬 중 소방펌프차와 구급차를 모두 갖춘 지역은 완도의 금일·노화, 신안의 비금·흑산·안좌 등 5개 섬뿐이고 나머지 섬은 펌프차만 보유하고 있다. 11개 섬에 근무하는 소방인력도 20명에 불과하고 2교대 근무라서 소방관 1명이 직접 소방차를 운전해 불까지 꺼야 한다. 이 때문에 취약한 섬 지역 화재 대응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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