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학과선택 다양해져

  • 동아일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 중 자신이 스스로 전공을 설계하는 '학생설계전공'을 택한 학생들이 전체의 10%에 육박하게 됐다. 상경계열은 크게 줄고 선택학과 수는 크게 늘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2012학년도 1학기 전공선택 신청결과를 11일 공개했다. 총 162명의 학생이 복수전공을 포함해 196건의 전공을 선택했다. 그 결과 자유전공학부의 가장 큰 특징인 '학생설계전공'을 선택한 학생이 8명으로 2010년 1학기 처음 전공 신청을 받은 후 설계전공을 택한 학생들 수는 총 31명이 됐다. 현재까지 전공을 택한 학생이 총 312명임을 감안하면 자유전공학부생 10명 중 1명은 스스로 전공을 만들어 공부하는 셈이다. 학생설계전공은 학생 스스로 여러 학과의 수업들을 조합한 후 학교의 허가를 받아 독창적인 전공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신청된 전공 중에는 라틴아메리카지역학 노화학 평화통일학 법소통학 문화서사학 등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전공이 대다수다.

서경호 자유전공학부 학부장은 "학생들의 관심사가 기존 학과로는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설계전공 선택자의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상경계열(경제학과와 경영학과)을 택하는 비중이 크게 줄고 선택 학과도 다양해졌다. 현재까지 전체 전공 선택 건수 중 43%를 차지했던 상경계열 선택 건수가 이번엔 196건 중 58건으로 29.59%를 기록해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졌다. 또 전체적으로 사회대를 선택하는 숫자가 82건으로 가장 많은 것은 변함이 없으나 5학기 동안 전공신청을 받는 동안 학생들이 선택하는 학과 수는 매 학기별로 17개-16개-28개-20개였던 데 반해, 이번엔 36개 학과로 크게 늘어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요즘 학생들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됐다.

그러나 학생들과는 달리 부모들은 여전히 상경계열이나 고시에 유리한 인기학과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부 김영지 연구교수는 "전공선택 기간인 5월과 11월만 되면 자녀들과 갈등을 빚는 부모들이 학과를 찾아와 "한 학기에 부모님 2, 3명은 직접 연구실을 찾아와 '우리 애가 왜 굶어죽을 학과에 가려는지 알아야겠다. 당신이 이상한 전공하라고 시켰느냐'는 식으로 따지곤 한다"며 "고시를 보거나 상경계 학과에 갈 것 아니면 지방대를 가는 게 낫다'고 말하는 부모님도 있었다고 밝혔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어한 한 학생은 외무고시를 보라는 부모님에 맞섰다가 아버지께 뺨을 맞고 어머니께 몽둥이로 맞는 경우도 있었으며 2010년 한 학생은 실제로 집을 나왔다가 김 교수의 설득에 3, 4일 만에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2010년 10월 열린 '제2회 자유전공학부 심포지엄'에서는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과 정부고위관계자, 대기업 임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인문학을 하겠다"는 자식과 "상경계가 낫다"는 부모 사이에 설전이 벌어져 일순간 불편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부모님이 전문직으로 성공했거나 할아버지가 사회적 지위가 있는 경우 특히 부모님의 간섭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며 "서울대에 올 때까지 부모님 뜻을 잘 따르던 학생들이 뜻을 거스르면 부모들이 충격을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흥미와 상관없이 전공을 택한 아이들이 과연 미래에도 행복할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성규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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