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st? List?아, 헷갈려… 혀의 위치가 중요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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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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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김도형 기자 영어발음 교정코스 체험해보니…

서울 서초구 파고다강남에서 제이미 두건 파고다아카데미 R&D센터 연구원에게 영어 발음 지도를 받고 있는 본보 김도형 기자(오른쪽).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서초구 파고다강남에서 제이미 두건 파고다아카데미 R&D센터 연구원에게 영어 발음 지도를 받고 있는 본보 김도형 기자(오른쪽).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새해다. 많은 직장인이 새해엔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발음’이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발음이 촌스럽다고 여기거나 혹시 외국인이 못 알아듣지 않을까 걱정한다.

외국인과 영어로 별 어려움 없이 대화를 나누는 기자도 늘 발음은 마음에 걸렸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학원 강의와 발음교정기, 두 방법을 체험해 봤다. 우선 지난해 12월 29일 파고다강남에서 제이미 두건 파고다아카데미 R&D센터 연구원(29)에게 일대일로 발음교정 강의를 들었다. 이어 영어학습 프로그램 ‘로제타스톤’을 활용해 발음을 고쳐봤다.

○ 어렵다는 ‘R’ 발음 일대일 교정 받아보니

“손목은 어떤 쓸모가 있죠?(Why do we need a wrist?)”

두건 연구원은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L’과 ‘R’ 발음을 두 번씩 들려주고는 바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천천히 수업을 시작하려던 기자는 당황했다. 목록(List)에 대한 질문인지 손목(Wrist)에 대한 질문인지 순간 헷갈렸다.

손목을 흔들어주는 힌트를 보고서야 “글씨를 쓸 때, 인사할 때 손목을 쓴다”고 말했다. 좋은 답변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두건 연구원은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L’과 ‘R’ 발음은 혀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니 뿌리에 혀를 대는 것이 ‘L’이고 입천장에 혀를 대지 않는 것이 ‘R’라는 설명이다.

이번에는 기자가 직접 발음해 볼 차례. ‘Lent’와 ‘Rent’가 주어졌다. 앞니에 혀를 댔다가 떼면서 발음하는 ‘Lent’는 쉬웠다. 하지만 혀를 댈 곳이 없는 ‘Rent’를 대뜸 큰 소리로 말하긴 쉽지 않았다. 두건 연구원이 바로 앞에서 입을 벌리고 혀 모양을 보여줬다. 비슷한 입 모양을 만들자 두건 연구원은 ‘오케이’라며 격려해줬다. 정확한 ‘R’ 발음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20분 정도가 흐르고 수업이 익숙해지자 두 발음을 구분하고 발음하는 것에 자신감이 붙었다. 물론 갈 길은 멀었다. ‘Round the rugged rock the red rascal ran’처럼 ‘혀 꼬이게 하는(tongue twister)’ 연속된 R 발음을 하다 보니 혀가 ‘꼬일’ 수밖에 없었다.

수업이 끝난 뒤 두건 연구원이 들려준 얘기는 조금 뜻밖이었다. 그는 “40분 수업시간 동안 발음 문제로 내가 당신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적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발음보다 유창함(Fluency)이 아쉽다는 얘기였다. 그는 발음 걱정으로 망설이지 말고 일단 말부터 꺼내라고 주문했다.

또 그는 “외국어 발음은 어려서부터 몸에 익히는 게 가장 좋다”며 “성인은 아무래도 그런 발음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런 최선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기자로서는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 ‘로제타스톤’ 눈치 볼 필요 없이 혼자서 발음 교정

새해 첫날에는 정교한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로제타스톤’으로 집에서 영어 발음 고치기를 시도했다. CD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헤드폰을 쓴 채 컴퓨터 앞에 앉았다. 기자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성인을 위한 수준의 토털리(TOTALe) 4단계.

프로그램의 발음 교정은 두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주어지는 문장을 그대로 따라 읽는 것이 첫 단계다. 프로그램은 기자의 발음을 인식해서 한 단어씩 써 나가며 문장을 완성한다.

‘가이드가 여행객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The tour guide is taking a photo of the tourist.)’는 쉬운 문장이 주어졌다. ‘R’ 발음을 연습하느라 주어진 문장의 앞부분에서 ‘tour’를 두 번 읽자 짧은 경고음이 울렸다. 다시 읽어야 한다. 중간에 ‘the’와 같은 관사를 빼먹으면 회색으로 표시한 채로 넘어간다. 프로그램은 학습자의 발음과 강세, 속도 등을 고려해서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정확하게 발음하지 않으면 ‘불합격’된다.

보다 정교하게 발음을 살펴보기 위해 ‘음성인식기능(Speech Activation)’ 아이콘을 클릭했다. 새로운 화면에서 원어민의 발음이 재생되고 강세와 억양이 녹색 그래프로 그려진다. 기자의 발음 역시 그래프로 표기돼 원어민 발음 그래프와 비교하면서 반복 연습할 수 있다. 그래프를 보며 ‘tour guide’와 ‘tourist’라는 단어를 힘주어서 읽으니 원어민 영어와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었다. 역시 자신감을 가지고 적절한 부분에서 힘을 주며 발음하면 ‘외국인 같은’ 영어를 쓸 수 있다는 얘기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일대일 발음 교정이 직접적이고 정확한 지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면 로제타스톤은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안했다. 로제타스톤 측은 “유난히 영어 발음을 어려워하는 한국인들은 강사 앞에서도 영어로 말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어 혼자서 익히는 프로그램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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