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前의원 “BBK 판도라 상자 다시 열려… 교도소에 쥐 잡으러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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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 유포’ 정봉주, 구속되는 날도 MB 겨냥 나꼼수식 독설

볼에 키스마크 스티커 붙이고 수감 ‘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정 전 의원이 지지자가 볼에 붙여준 키스마크 스티커를 붙인 채 박영선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천정배(왼쪽) 정동영 의원(오른쪽)의 모습도 보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볼에 키스마크 스티커 붙이고 수감 ‘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정 전 의원이 지지자가 볼에 붙여준 키스마크 스티커를 붙인 채 박영선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천정배(왼쪽) 정동영 의원(오른쪽)의 모습도 보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26일에도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식의 거침없는 독설과 정치적 이벤트를 이어갔다.

정 전 의원이 구속되기 직전 출석한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대통령후보를 지낸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 등 동료 의원을 비롯해 ‘나꼼수’ 지지자 1000여 명(경찰 추산)이 ‘정봉주’를 연호하며 그를 환송했다. 정 전 의원은 “오늘은 진실이 갇히지만 내일은 거짓이 갇힌다”며 자신의 구속이 정치적 탄압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나꼼수’의 ‘묻지 마’ 식 폭로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은 “정당한 법집행조차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구속 전날 고급 호텔에서 송별회를 열었다는 주장도 인터넷을 달궜다.

▶ (영상) “교도소엔 쥐가 많아” 정봉주 전 의원 ‘환송회’

○ 정봉주, “교도소에 쥐 잡으러 간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15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검은 정장과 빨간색 목도리 차림으로 출석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의 ‘정봉주 환송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였다. 검찰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22일과 이튿날인 23일 두 차례 출석을 통보했으나 그는 모친의 병원 입원 등을 이유로 “26일 오후 자진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되레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그는 청사 앞에서 기자들에게 “(나의 구속으로) 다시 BBK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제 입을 막고 진실을 가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론의 자유는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며 “꼼수(나꼼수) 친구들과 우리 국민들을 믿는다”고 주장했다. “교도소에는 쥐약이 없어 제가 쥐를 잡으러 간다”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장미꽃과 흰 풍선을 들고 나온 지지자들은 연신 ‘정봉주 힘내라’ ‘정봉주 파이팅’을 외쳤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정동영, 박영선 의원 외에 ‘나꼼수’의 다른 멤버인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씨,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 명진 스님 등이 함께했다. 박영선 의원은 “(정 전 의원이 구속된 근거인)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관한 조항과 관련해 법 개정안을 ‘정봉주 법’으로 이름 짓고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환송’은 ‘나꼼수’가 이른바 ‘정치 예능’으로 불리며 정치적 팬덤(fandom·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추종하는 현상)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구속 전 나꼼수 팀을 통해 인터넷에 공개한 음성 파일에서 “절대로 울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이 울면 저들이 웃습니다”라고 밝혔는데, 실제로 이날 지지자 중 우는 사람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영국 팝밴드 ‘비틀스’의 명곡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가 울리는 가운데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일종의 ‘정치적 놀이’로 여기는 듯했다. ‘나꼼수’의 김어준 씨는 “(정 전 의원은) 다음에 오실 분을 위해 (구치소에) 지도 방문을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정 전 의원은 즉석에서 부인과 작별 키스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행사를 마무리하며 “(판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나꼼수’ 지지자들은 ‘폴리스 라인’을 뚫고 검찰 청사 안까지 진입해 ‘쫄지 마’ ‘정봉주 파이팅’을 연호해 잠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10여 분간의 신원 확인을 거친 뒤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타고 구치소로 들어갔다.

○ 구속 전날 서울 특1급 호텔에서 송별회 논란

정 전 의원이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자 인터넷에선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정봉주 17대 국회의원 무죄, 대국민 저항권 발동’이라는 청원에는 시작 1주일 만인 이날까지 9만8000여 명이 서명했다. 한 누리꾼은 “온갖 권력을 동원해 나꼼수를 억누르려는 상식을 무너뜨린 판결”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트위터 아이디 ‘uchyi270’은 “대법원은 스스로 권력의 게임을 정봉주 유죄판결에서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jhlee’라는 사용자는 “(정 전 의원을) 즉각 구속 안하고 방치해서 어쩌면 국론 분열 등 더 큰 사건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고 법집행을 옹호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왠지 영화 ‘트루먼 쇼’가 끝난 느낌이다. 영화에서는 쇼가 끝나자마자 감동했던 시청자들이 채널 돌리기 바쁘던데…”라며 ‘나꼼수’에 대한 일부의 열광적인 지지를 비꼬았다.

한편 트위터에서는 정 전 의원이 구속 전날인 25일 서울 특1급 호텔에서 송별회를 가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25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정 전 의원 송별회는 서울 시내 하얏트호텔에서 했나보다. 친구한테 전화 왔는데 호텔 로비 앞에서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 등과 포옹하고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럭셔리하네요”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남들에게는 솔선수범하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네는 하얏트호텔에서 송별회라… 쫄지 마? 정봉주, 나꼼수=샴페인 좌파, 리무진 좌파,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아르마니 좌파에 이어 하얏트 나꼼수파 등극!”이라고 비꼬았다.

이에 안 의원은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모임은 정 전 의원 대책회의 자리였고 딴 곳에서 식사를 마친 정 전 의원 부인과 어린 자녀들이 한 밤 지나면 헤어질 아빠 따라 하얏트호텔 커피숍 온 것임. 계산은 내가 11만7000원 했음. 공개사과 하시라!”라고 반박했다.

누리꾼은 이를 놓고도 찬반으로 갈렸다. 옹호 세력은 “럭셔리는 한나라당 스타일 아니냐” “구속되기 전 밥도 못 먹냐”고 주장했고, 비판론자들은 “호박씨 나꼼수” “하얏트호텔 밥값이 만만치 않을 텐데”라며 비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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