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랴오닝 항구 ‘둥강’ 선주 “피살사건 알지만… 오늘도 우리 배는 서해로 갔다”

  • 동아일보

“오늘도 우리 배는 황해로 떠났다. 황해 조업은 위험한 만큼 돈이 남기 때문이다.”

15일 중국 랴오닝(遼寧) 성 둥강(東港)의 선주 A 씨는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황해(서해)에서 벌어진 사건을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변함없이 서해 조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둥강은 서해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이 몰려 있는 항구 중 한 곳이다. A 씨는 이곳에서 20년 넘게 선단을 운영해왔다.

그가 보유한 선박은 4척. A 씨는 “우리는 목숨을 걸고 고기를 잡는데 위험한 만큼 수입이 좋다”며 “그쪽에서 일이 터졌다고 해도 수산물 공급은 걱정하지 않는다. 여전히 조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굳이 서해 출어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근처의 어장이 가까우면서도 다른 곳보다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앞바다는 남획으로 어장이 황폐화한 반면에 한국 연안은 고기가 풍부한 데다 병어 삼치 조기 등 비싼 어종이 많다는 것이다.

A 씨는 중국 언론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해로 간다’고 보도하는 것과 관련해 “어획부터 유통까지 가족기업 식으로 운영한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큰 도시에서 투자자들이 돈을 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A 씨는 “내가 재산이 수천만 위안(수십억 원)인데 뭐 하러 그런 돈을 받느냐”며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선주가 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주들은 대부분 특정 유통업체와 연결돼 있는데 가족 또는 친척 관계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A 씨는 “외지의 유통업체들과는 웬만해선 거래를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수입상이 문의를 해온 적도 있지만 중국 수요를 대기도 벅차다”고 밝혔다.

A 씨에 따르면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조업을 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1700척(올해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당첨이 어려울 뿐 아니라 매년 갱신을 해야 한다. 그는 “지금은 연말이라 당국에서 허가증 접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내년 설 이후에나 신청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허가증 취득이 쉽지 않기 때문에 단속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불법조업을 강행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어선들은 북한 측 수역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과거에 한두 번 들어가 본 적은 있지만 주로 한국 측 수역에서 작업을 한다”며 “북한 수역에서 잘못 걸리면 큰일이 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둥강의 한 주민은 “북한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적발되면 총을 맞거나 고문을 당한다고 들었다”며 “2년 전에는 고기 잡으러 갔다가 시신으로 돌아온 어민이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전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