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낮은 순위를 기록한 학교들은 “세부 지표별로 점수를 공개해달라”고 본보 취재진에 요청했다. 전북에서 20위권 밖인 고교의 교감은 “수치화된 지표에서 모자랐기 때문에 할 말은 없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에서 하위권에 속한 학교의 교장도 “결과가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모든 학교에서 학교교육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의 고교 교감은 “학력 수준은 최상위인데 다른 부분에서 점수가 낮았다”며 “대부분의 학교가 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위권에 들어간 학교들은 일반계고 원서 접수를 앞둔 상황이라 고무된 표정이었다. 서울에서 1위를 차지한 은광여고의 김현우 교감은 “시설이 뛰어난 학교는 아니지만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교사들의 열정 때문에 1위가 된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보도내용을 알려 자긍심을 키워주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 교감은 “작년까지 강남의 다른 여고들보다 지원율이 낮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높아질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학부모 이모 씨는 “다음 주에 고교를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학교가 좋은지 여기저기 묻다가 찍는 심정으로 특정 학교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평가 결과를 보니 선택이 잘못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 교사평가 반영 등 보완할 점도
고교평가 자문위원단은 본보가 처음 시도한 고교평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세부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갑 전 경복고 교장은 “사립이 압도적으로 좋게 나타났는데 공립학교 교장들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됐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학력, 교육여건도 매우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인성교육에 얼마나 힘쓰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열 경남대 교수(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는 “미국에서 ‘낙오학생방지법(NCLB·No Child Left Behind)’을 도입하면서 학생들에게 고교 선택권을 줬지만 언론에서는 학교 간 차별성이 없어서 선택할 학교가 없다는 보도가 잇따랐다”며 “학교의 차별성을 드러내 보도하는 것은 학생에게는 정보를 주고 학교에는 선택을 유인할 경쟁을 촉진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그는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이 섞여 있는 도 단위의 평가를 어떻게 해야 무리가 없을지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덕선 성균관대 인문대학장은 “보편교육인 고교에 대한 평가는 대학평가보다도 훨씬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항목은 교사에 대한 평가인데 이에 대한 지표가 부족하다”며 “공개수업 횟수, 교사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 교원평가 결과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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