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황금돼지띠, 우리아이 진학·입시 벌써 걱정이에요”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2007년생 평년보다 10% 많은 49만 3000여 명유치원 입학 앞둔 시점 부모들 교육 걱정에 시름


《“황금돼지띠 아이 키우기가 정말 걱정이에요. 유치원부터 경쟁이 치열하니….”
2007년 정해년(丁亥年)에 태어난 이른바 ‘황금돼지띠’ 자녀를 둔 엄마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좋은 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한 ‘입학전쟁’을 치르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실감한다.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이는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2007년 출생아 수는 평년보다 10%(4만 명) 가량 늘어난 49만 3000여 명을 기록했다. “앞으로 아이가 진학과 입시를 앞두고 경쟁하며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긴장되고 마음이 짠하다”는 게 대다수 엄마의 말이다.

이른바 ‘명문’ 유치원의 원서접수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고생을 감수하는 것은 물론, 혹여 내 아이가 뒤처질세라 교육열을 불태우기도 하는 황금돼지띠 엄마들. 그들이 가진 고민과 어려움을 들여다보자.》

○경쟁의 시작, 유치원 입학

황금돼지띠 어린이는 내년 6세가 된다. 올해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면 내년부터는 좀더 ‘학습’ 비중이 큰 유치원으로 옮기려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일부 인기 있는 유치원은 내년 6세 반에 등록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5세 반에 다니는 원생 대다수가 그대로 진급해 빈자리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지원자가 몰리는 탓이다. 인터넷 육아 관련 카페에는 유치원 문제로 고민이라는 황금돼지띠 엄마들의 글이 수없이 올라온다.

특히 교육열과 경제수준이 높은 지역에선 유명 영어유치원(사설 영어학원 유치반)에 등록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5세 딸을 둔 엄마 정모 씨(37·서울 송파구)는 최근 인근의 평판 좋은 영어유치원 등록에 실패했다. 오전 9시 반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한다는 공고를 보고 서둘러 오전 8시까지 유치원 앞으로 갔지만 이미 접수는 끝나 있었다. 전날 낮부터 밤새 줄을 서 기다린 부모들이 많아 예정시각보다 이른 오전 7시 반부터 접수를 시작했던 것. 결국 정 씨는 59번째 대기자가 됐다.

정 씨는 “하룻밤 대신 줄서주는 아르바이트생을 30만원 주고 고용한 엄마도 있었다”면서 “이렇게 고생하면서 비싼 영어유치원에 꼭 보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여자아이는 학년이 올라가면 수학·과학 과목을 어려워하니 영어라도 어릴 때 확실히 다져놓아야 한다는 선배 맘의 조언을 듣고 계속 영어유치원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해도 해도 불안해…

같은 연령 아이들의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 진학과 입시 등에서 다른 또래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걱정한 일부 부모는 자녀를 조금이라도 경쟁에서 앞서도록 하기 위해 일찍부터 사교육의 문을 두드린다.

경기도에 사는 황금돼지띠 엄마 이모 씨(33)는 올해 초 딸을 영어유치원에 등록시켰다. 방과 후엔 요일별 교육 스케줄이 짜여 있다. 월요일에는 노래로 배우는 영어수업, 화요일엔 ‘운필력’(손으로 연필을 잡고 쓰는 힘)을 키워주기 위한 국어수업을 한다. 수, 금요일엔 발레. 목요일엔 공간지각력 계발을 위해 교구를 활용한 놀이학습을 한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오후 4시경 집에 돌아오면 영어 DVD를 시청하고 동화책을 읽는다. 토요일엔 소수정예로 진행되는 원어민 영어놀이수업을 받고 공연관람 등 체험활동을 떠난다.

한 달 교육비도 만만찮다. 영어유치원비 70만∼80만원. 책값은 영어원서 가격이 비싸 한 달 평균 30만원이 든다. 그 밖의 사교육비와 교구 구입비를 합치면 매달 교육비만 130만 원 이상이 나간다.

이 씨는 “아이가 대입을 치를 땐 재수생, 장수생까지 더해져 어느 해보다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겠나. 멀리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보다 수월하게 공부하기 위해서라도 유아기에 언어능력과 학습능력을 확실히 길러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 씨는 “올해 초 ‘벌써 이렇게 많이 시키느냐’고 했던 다른 5세 엄마들이 요새는 부러워한다”면서 “그럼에도 나보다 더 많이 시키는 엄마들을 보거나 ‘아이가 지금처럼 잘 따라와 주지 않으면 어쩌나’ 싶을 때면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경쟁 피하려 조기입학 고민도

5세 아들을 둔 엄마 김모 씨(34·충남 천안시)는 내년에 아들을 유치원 7세 반에 넣을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원래대로라면 6세 반에 등록해야 하지만 향후 초등학교 조기입학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월생인 아들은 연령에 비해 체격이 큰 편이고 성격도 활발하다. 학습능력만 따라준다면 조기입학이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김 씨는 “태어난 연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부작용이 걱정된다”면서도 “하지만 황금돼지띠 아이들이 많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접할 때마다 조기입학 쪽으로 마음이 굳어진다”고 말했다.

5세 아들이 제 나이보다 두 단계 높은 수준의 수학동화, 과학동화를 무난히 이해하는 모습을 보며 장래 과학고 진학을 생각 중이라는 학부모 이모 씨(33·경기 용인시)도 “아들이 1월생인데 고입 경쟁률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조기입학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황금돼지띠’ 아이들이 장차 맞닥뜨릴 입시·교육환경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래 관련기사에서 살펴봅니다.
☞ 황금돼지띠 우리아이, 스마트러닝은 필수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