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t급 이하 경비함만 17척
1000t급 이상 한척도 없어 인근 해상 인명구조 ‘구멍’
4일 오후 전남 여수시 만성리 해수욕장 앞 해상. 여수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 317함(460t)을 비롯해 경비함정, 여수소방서 소방정 등 10여 척이 불이 난 여객선에 접근해 인명 구조작업을 하며 물을 뿌렸다. 불길이 잡히자 경비함정 승무원들이 여객선 내부에 들어가 잔불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일본을 떠나 전남 광양항으로 입항하는 여객선 화물칸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1시간 동안 진행된 화재진압 훈련 상황이었다.
훈련에 참가한 317함은 지난달 6일 새벽 여수 백도 해상을 지나던 여객선 설봉호에서 불이 나자 20여 분 만에 출동해 승객·승무원 130명을 전원 구조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러나 풍랑주의보가 발효됐을 경우 설봉호의 기적을 만들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수해경은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 거문도, 백도 해역에서 구조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경비함(1000t급 이상)을 한 척도 갖고 있지 않다. 여수해경은 현재 경비함정 17척을 운항하고 있지만 먼바다인 거문도, 백도 해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경비함은 3척(250∼500t)에 불과하다. 그나마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 운항이 힘들어진다. 경비함 3척은 거문도 해역에서 번갈아 근무를 서 기상이 악화돼도 여수항으로 피항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목숨을 걸고 바다를 지킨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남 완도해양경찰서나 경남 통영해양경찰서 등 남해안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랑주의보가 내린 상황에서 거문도, 백도 해상에서 선박 사고가 나면 제주해경, 전남 목포해경, 부산해경에서 급파되는 1000t급 이상 경비함을 기다려야 한다. 해군 함정이 있지만 화재진압, 인명구조 장비가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악천후 속 남해 해상 인명 구조작전은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큰 셈이다.
설봉호 화재 당시에도 317함이 빨리 도착해 130명을 구조했지만 화재 초기 진압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317함에 설치된 소화포 용량이 작기 때문이었다. 해경은 2013년부터 남해안에 1000t급 이상 경비함을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민 김모 씨(58)는 “거문도나 백도 해상에 대형 선박이 자주 운항하는 점을 고려해 1000t급 경비함을 건조해 여수해경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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