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눈치보던 진보, 곽노현 감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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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민노총, 사퇴론 반박민주당도 옹호론으로 선회… 곽, 변호사 만나 장기전 채비

검찰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부인 정모 씨를 소환한 31일, 정시 출근을 고수했던 곽 교육감이 반가(반일 연가)를 냈다.

일각에서는 사퇴 표명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곽 교육감의 버티기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진보교육감을 탄생시킨 진보·좌파진영이 곽 교육감에게 법정싸움을 포함해 정면 돌파를 직·간접적으로 주문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보·좌파진영이 곽 교육감 구하기에 총력전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입장 발표를 유보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등 진보단체들은 지난달 30일 “당사자와 관계자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검찰은 진상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필요하다면 교육감선거 후보 추대와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던 우리 단체 관계자들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강공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도 곽 교육감 지지로 전환하는 듯하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곽 교육감의 탄생은 야권 연대와 통합의 상징이다. 묻지 마 사퇴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했다. 트위터를 통해 곽 교육감의 거취 표명을 가장 먼저 촉구했던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한 발짝 물러섰다. 박 전 대표는 3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우선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진보진영이 곽 교육감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위기감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서울이 갖는 상징적 의미상 어렵게 당선시킨 진보교육감을 그대로 물러나게 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 염원하던 진보진영의 교육개혁이 1년 만에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진보진영이 곽 교육감에게 선거비용(35억2000만 원)을 물어야 하면 모아서 대줄 테니 끝까지 가보라고 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가는 과정에서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비서진도 곽 교육감에게 “인터넷 여론이 좋아지고 있다. 버티다가 법정에서 해결을 보라”고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고무된 곽 교육감도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곽 교육감은 오후 1시 54분에 출근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모님(소환) 때문에 위로 겸 반가를 쓴 것 같다. 변호사를 만날 시간도 필요했다. 사퇴 준비는 아니다”고 말했다.

8일로 예정된 월례조회를 1일로 당긴 것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월례조회는 전 직원이 참여하는데, 이번 사태로 동요하고 있는 교육청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도라는 것. 시교육청 관계자는 “곧 소환이 있을 것이란 얘기도 들려 앞당겨 하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했다.

법정에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비친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변호인으로 선임한 김칠준 변호사와 업무 협의를 했다. 김 변호사는 곽 교육감이 2006년 말 사의한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해 향후 민변 소속 변호사가 곽 교육감 변호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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