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반대 시위대 “3일 문화제 개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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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 집결 예고 vs 경찰 1100명 배치… 폭풍전야 강정마을

31일 해군기지 공사 재개를 앞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하루 종일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마을 입구 곳곳에는 해군기지 공사를 반대해온 단체와 주민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법원의 알림판이 설치됐다. 제주지방법원은 이날 오후 2시경 집행관 5명을 마을로 보내 ‘제주해군기지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결정문’을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또 결정문 내용을 담은 고시(告示)를 반대 단체가 농성 중인 중덕삼거리와 해군기지 공사현장 정문 앞 등 6곳에 게시했다. 고시는 ‘강동균(강정마을회장) 외 41명은 (공사 부지 내에) 침입하거나 출입구를 점거하거나 허가 없이 시설물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집행관 허가 없이 이 고시를 손상 또는 은닉할 경우 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초 일각에서는 이날 고시 과정에서 충돌이 있을 것을 우려했으나 별다른 마찰은 벌어지지 않았다. 현장에는 반대 단체 회원과 마을주민 등 50여 명이 있었지만 집행관의 활동을 지켜만 봤다.

고시에 따라 이날부터 법원이 지정한 주민 및 단체 회원은 공사 현장에 출입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은 지난달 29일 정부와 해군 측이 낸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반대 단체들이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 들어가거나 공사를 막는 행위를 할 경우 위반행위 1회에 각 200만 원을 해군 측에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은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해군은 이른 시일 내에 시위대가 공사장 내에 설치해 둔 불법 시설물을 모두 자진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에 관계없이 3일 공사 용지 인근에서 대규모 문화제 ‘놀자 놀자 강정 놀자’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2000여 명이 전세기인 ‘평화비행기’와 도내 곳곳에서 출발한 ‘평화버스’를 이용해 참석한다.

한편 경찰은 시위대가 31일∼9월 15일 강정포구와 강정교 등 강정마을 일대에서 열 예정인 옥외집회 신고를 모두 불허했다. 경찰은 “지난달 24, 25일 집회에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향후 시위에서도 공공질서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집회를 모두 불허했다”고 밝혔다. 3일 열리는 문화제는 허용은 하되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드는 등 집회로 변질될 양상이 보이거나 시위대가 해군기지 용지 내 올레길로 행진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면 곧바로 공권력을 행사해 강제 해산시킬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반대 측은 이날 오후 강정마을 인근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문화제를 경찰이 막을 권리가 있느냐”며 “문화제를 막을 경우 평화버스 운영비 등 모든 비용을 경찰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만약의 충돌에 대비해 이날 오후 서울 경찰관기동대와 여경 2개 부대 등 449명을 제주도로 급파했다. 제주 현지 경비인력 최대 500명과 이미 파견된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전의경 2개 중대 157명을 포함하면 1100여 명의 경찰력이 강정마을 인근에 배치된 셈이다. 강정마을의 한 주민(55·여)은 “기지 건설 찬반논쟁으로 마을이 갈라져 쪼개진 지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31일 합동담화문을 발표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제주기지 건설공사에 대해) 외부단체에 반대활동을 중지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 더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사업(제주해군기지 사업)은 제주도와 강정마을 발전과 남방 해상교통로 확보 등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제주도민과 강정마을 주민 요구를 수렴해 원만히 잘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회는 반박성명을 내고 “기지 건설을 막기 위해 제주도민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제주=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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