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 귀국 후 체포…저축은행 비리 수사 급물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9일 0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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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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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캐나다로 도피했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71)씨가 28일 자진 귀국한 직후 신병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저지 등을 위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펼친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를 쥔 핵심인물로 지목돼온 박씨가 스스로 돌아와 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박씨는 혼자 캐나다 밴쿠버발 항공편을 타고 전날 오후 5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며, 대기하고 있던 중수부 수사관들이 공항에서 신병을 확보해 곧장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조사실로 압송했다. 검찰은 압송 직후 법원에서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전날 밤늦게까지 박씨를 상대로 그동안 제기된 정·관계 로비 의혹과 도피 행적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데 이어 이날 오전 조사를 재개했다. 검찰은 이날 중 박씨가 받고 있는 기본적인 혐의사실을 확인한 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계와 금융권 등에 두터운 인맥을 가진 거물급 로비스트인 박씨는 이미 구속기소된 로비스트 윤여성(56)씨, 해동건설 회장 박형선(59)씨와 함께 부산저축은행측의 구명 로비 등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그동안 박씨가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이용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구명로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행적을 추적해왔다. 검찰은 박씨가 로비자금 명목으로 부산저축은행 경영진·대주주로부터 수억원의 자금을 받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특히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1천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개입하고 그 대가로 6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박씨는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유상증자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지난 3월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공개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캐나다로 빠져나갔으며 검찰의 귀국 요구에 불응해왔다.

이에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캐나다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고 캐나다 이민국과 연방경찰을 통해 강제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 지인과 변호인을 통해 다방면으로 귀국을 설득해왔다.

박씨는 현지에서 캐나다 이민국 등이 강제추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등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아온 데다 지인과 가족 등으로부터 `캐나다에서 체포될 가능성이 있으니 (한국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다'는 설득이 계속되자 자진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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