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수해복구중 승진축하연 ‘간 큰 공무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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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여성국장 특급호텔서 음식값은 다른 참석자가 내

전국 곳곳이 수해로 신음하며 복구에 여념이 없던 3일. 이날 오후 7시 반 인천의 한 특급호텔에서 한 공무원의 승진 축하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인천시 여성정책과장으로 근무하다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박모 여성가족국장(55·여)의 취임 축하연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호텔 1층 정문과 후문 로비 인포메이션 게시판에는 축하연 내용이 안내돼 있었다. 이 호텔에는 대형 연회장이 많아 평소에 크고 작은 모임과 행사가 자주 열리지만 수해 때문인지 이날은 박 국장의 축하연이 유일했다. 박 국장을 위한 축하연이 열린 곳은 송도국제도시와 인천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전망이 좋기로 소문이 난 12층 뷔페식 연회장. 40여 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설치된 별도의 룸에서는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날 축하연은 박 국장이 과거 근무했던 연수구의 사회복지시설 운영자와 이 지역 민간단체회장, 전직 정치인 등이 마련한 자리로 모두 19명이 참석했다는 것이 호텔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은 2시간여 동안 3만5000원짜리 뷔페 음식에 와인을 곁들여 먹었다. 이날 70만 원 안팎의 음식값은 박 국장 대신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호텔을 찾았다가 축하연을 본 시민 윤모 씨(42)는 “전국에서 비 피해로 서민들은 신음하고 있는데 고위 공무원이 특급호텔에서 취임 축하행사를 여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이 초청한 자리라서 계산을 누가 했는지 모른다”며 “몇 번 사양했는데 계속 참석을 요청해 불가피하게 갈 수밖에 없었지만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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