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협상 봐가며? 기아車노조 임협안 뜻밖 부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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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인상률에도 조합원투표서 ‘반대’

기아자동차 노사가 역대 최단기간인 16일 만에 합의한 임금협상 합의안이 27일 실시된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노사 양측은 다시 협상을 벌이기로 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업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기아차의 임금협상은 난항을 겪게 됐다.

기아차 노조는 22일 노사합의로 마련한 기본급 9만 원(5.17%)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00%+700만 원, 회사 주식 80주 지급 등의 안을 놓고 27일 찬반투표를 벌였으나 절반에 못 미치는 47%의 찬성률로 부결됐다. 기아차는 “투표에는 3만여 명의 조합원 가운데 90% 이상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는 집계를 거쳐 28일 오전께 정확한 수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 및 격려금은 역대 임금협상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던 데다 노사 양측이 협상 시작 16일 만에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당초 이번 합의안은 큰 어려움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작 투표에 나선 조합원들의 절반 이상이 이번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의 임·단협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기아차 노조는 예년에는 현대차의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현대차의 인상 수준에 맞추는 선에서 사측과 합의했다. 하지만 올해는 현대차보다 일찍 잠정 합의안을 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번 기아차 협상안의 임금 인상률 등이 높긴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현대차 임금협상에서 더 높은 수준의 협상안이 마련되면 임금협상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조합원들이 망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빠르게 진행됐던 기아차 노사 협상과 달리 현대차는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울산공장에서 18차 교섭을 위해 마주 앉았지만, 유급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 시행안에 대한 이견 등으로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여부(밤 12시 이후 작업하지 않는 근무형태)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부결의 한 원인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야간 2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로 전환하는 것은 핵심 쟁점 중 하나였으나 노사는 협상에서 “올해 말까지 노사 공동위원회에서 제반 합의를 완료하는 한편 세부 시행방안을 확정하기로 한다”는 선에서 합의했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현장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이 50대이기 때문에 이제는 야간 노동에 대해 체력이 한계에 와 있다”며 “주간연속 2교대 조속 시행에 대한 요구가 강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이날 “앞으로 협상은 진행하겠지만 추가 제시안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기아차 임금협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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