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속열차 추락 참사]사고 현장 이모저모

  • 동아일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SOS’에 주민 300여명 몰려와 구조

23일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중국 남부 저장 성 원저우의 고속철 추돌사고 현장에서는 종잇장처럼 구겨진 열차들이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대변했다.

현지 언론과 생존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경 항저우에서 푸저우로 향하던 고속열차 둥처(動車) D3115는 솽위 마을을 통과하는 고가철로 위에 정차했다. 한 탑승객은 “당초 1분 정도만 멈출 것이라고 했는데 20분 이상 그대로 서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8시 34분 D3115호가 다시 출발하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엄청난 충격이 있었고 열차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전했다.

한 여성 탑승자는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지진이 난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40대 남성 부상자는 “3115호의 16번 객차에서만 60여 명이 창 밖으로 튕겨 나갔다”며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D3115호가 정차한 이유로는 번개로 인한 전력계통의 동력 상실이 꼽힌다. 당시 천둥을 동반한 비가 내렸고, 생존자들도 승무원이 “번개 때문에 정차한다”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고 밝혔다. 번개로 열차 내 통신설비도 고장 났다는 말이 나온다.

사고 발생 후 저장 성과 상하이 시는 경찰 소방관 등 600여 명을 급파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구조작업이 신속히 진행된 데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가 큰 역할을 했다. ‘@양취안취안양’이라는 ID의 블로거는 사고 직후 “살려 달라. 열차가 탈선했다.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지만 구해줄 사람이 없다”라는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

이 메시지는 바로 누리꾼들에 의해 9만 회 이상 전파됐다. 웨이보를 접한 원저우 주민 300여 명은 승합차 등으로 현장에 도착했고, 원저우의 모든 구급대원도 구조활동에 나섰다. 또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웨이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원저우 주민들이 대거 인근 병원에 모이기도 했다.

한편 관영 신화통신은 24일 D301호의 기관사 판이헝 씨(37)가 열차를 멈추기 위해 사투했던 정황을 전하며 그의 의로운 죽음을 기렸다. 브레이크가 가슴을 관통한 채 숨지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것이다. 상하이 철로국 국장 등 관계자 3명은 24일 면직됐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둥처(動車) ::

중국에서는 △열차번호가 D로 시작하는 둥처(動車)와 △열차번호가 G로 시작하는 고속 둥처를 구분해 G로 시작하는 고속둥처를 통상 고속철이라고 부른다. 고속 둥처는 보통 시속 300km 이상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둥처는 2007년부터 운행에 들어간 CRH(China railway high speed) 계열로 시속 200km 이상을 내는 기종이다. 코레일의 한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시속 200km 이상을 고속철로 보는데 CRH는 고속철로 보는 게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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