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서울 혁신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하반기 15곳 공모에 4곳 신청… ‘곽노현 임기내 300곳’ 차질
“학력 저하 우려” 학부모 기피

서울시교육청이 하반기 혁신학교 15곳을 공모했지만 네 곳만 신청했다. 지난해 말에도 40곳을 공모했으나 27곳밖에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혁신학교가 교육현장에서 외면당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교육청은 18일 “하반기 혁신학교로 15곳을 지정하기 위해 공모한 결과 초등학교 한 곳과 중학교 세 곳이 신청했다”며 “최종 선정 학교는 8월 중순 이후 추경예산 심의가 끝난 뒤 발표한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당초 올해 40곳을 시작으로 2012년 80곳, 2013년 120곳, 2014년 60곳 등 임기 내에 혁신학교 300곳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공모에서 신청 학교가 27곳에 그쳐 23곳만을 지정한 데 대해 시교육청은 “하반기에도 신청 받을 거라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본보 2010년 11월 23일자 A14면 ‘곽노현 진보정책’… 혁신학교 40곳 공모에…


그러나 신청이 또 저조하자 교육청 내부에서 “정상적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능해 하반기 지정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혁신학교 신청이 부진한 이유로 교사들의 동의가 적은 점도 꼽힌다. 낙후지역 학교에 연간 최대 2억 원을 지원해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한다는 취지지만 교사들로서는 승진가산점도 없이 업무만 늘어나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입시를 의식해 중학교부터 학업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한 지역일수록 문예체나 창의·인성교육을 중시하는 혁신학교가 학부모나 교사에게 외면당하기 쉽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교육청 내부에서도 “초등 90곳, 중학교 180곳, 고교 30곳을 혁신학교로 운영하겠다”는 곽 교육감의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광주시교육청도 내년에 운영할 혁신학교를 공모한 결과 9곳이 신청한 가운데 상무고는 신청 일주일도 안 돼 철회했다. 토론과 모둠수업, 체험학습 위주의 혁신학교 운영이 가져올지 모를 수능 실력 저하 등 후유증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혁신학교가 성공하려면 그나마 성적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초등학교 위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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