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지적장애-자폐 학생들의 ‘앙상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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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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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연주 ‘영종예술단’ 창단 月1회 인천공항 등서 무료공연
내달 30일엔 뮤지컬 무대도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학생들로 구성된 인천 영종예술단 평강공주 앙상블이 24일 예술단 창단식을 겸한 첫 연주회를 열었다. 이들은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토요일 인천 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등에서 무료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영종예술단 제공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학생들로 구성된 인천 영종예술단 평강공주 앙상블이 24일 예술단 창단식을 겸한 첫 연주회를 열었다. 이들은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토요일 인천 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등에서 무료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영종예술단 제공
24일 인천 영종도 지역 인터넷방송국인 영종방송(중구 운남동) 강당에서 이색 콘서트가 열렸다.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으로 구성된 학생 연주단이 ‘영종예술단’ 창단을 겸한 무료 공연을 주민들에게 선보인 것. 연주단 이름은 ‘영종예술단 평강공주 앙상블’로 정했다.

영종도 공항고에 다니는 자폐성장애학생 A 군(18)이 첫 연주자로 나서 ‘박쥐’ ‘사랑의 향기’를 피아노곡으로 들려주었다. 이어 여고생 B 양(17)의 플루트, 특수학교 고교생인 C 군(18)의 비올라, 중학생 D 군(15)의 색소폰 연주가 펼쳐졌다.

학생들은 ‘넬라 판타지아’ ‘유모레스크’ ‘사랑으로’ 등 클래식 영화주제곡 가요 등 귀에 익숙하면서도 감미로운 곡을 연주해 관객들에게서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색소포니스트 D 군은 전문가도 놀랄 정도로 뛰어난 연주 실력을 뽐냈다. D 군은 인천국제공항 관세사로 일하는 아버지를 포함한 4∼6명과 함께 색소폰 전문 연주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주민들도 재능 나눔에 나섰다. 영종도 벨리댄스학원에 다니는 어린이들과 주부들이 화려한 벨리댄스 공연을 선보인 것. 또 영종도서관의 ‘우케 오카리나’ 연주단도 하와이 원주민이 켜는 작은 기타 형태의 ‘우쿨렐레’와 조개로 만든 오카리나로 ‘미드나이트 블루’ 등 신나는 곡을 연주했다.

국내에서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의 연주단은 종종 볼 수 있지만 지적장애인 음악연주단은 흔하지 않다. 인천문화재단은 평강공주 앙상블을 시민 대상 연주단으로 선정해 500만 원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이 앙상블은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인천대교 기념관, 영종도 공항배후신도시 내 세계평화의숲 등지에서 무료 공연을 이어간다. 공연 시간은 매달 넷째 주 토요일 오후 2시.

이들은 다음 달 30일 세계평화의숲에서 ‘평강공주 뮤지컬’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현재 동아방송대 방송연예과 학생들의 열성적인 지도로 뮤지컬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장애학생들은 이날 세계평화의숲에서 플루트 색소폰을 연주하는 ‘숲 속 음악회’도 열 예정이다.

세계평화의숲은 공항신도시 주변 18만8000m²에 조성된 도심공원이다. 주민들이 4년간 정성껏 키운 산림과 전통공원, 작은 무대가 들어서 있으며 이달 말 정식 개장한다. 주민 100여 명이 활동하는 ‘세계평화의숲 사람들’은 숲 지킴이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의 활발한 활동 소식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공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해외자본 투자로 개발사업이 한창인 영종도 미단시티 내 가이주단지에 있는 한 교회에선 출연료 지급 약속과 함께 공연 예약을 해둔 상태다. 인천지역 장애인복지단체인 ‘함께 걷는 길벗회’는 평강공주 앙상블을 초청하기로 했다. 또 서울의 발달장애인 인형극단은 이 앙상블과의 합동 공연을 제안해 왔다.

영종예술단 신영미 단장은 “장애인 청년들이 영종도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기회를 다양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영종예술단은 교사 2명과 장애인학생 5명으로 시작해 유럽의 명문 학교로 발돋움한 스웨덴의 ‘니니아 예술학교’와 같은 장애인 예술대 설립을 꿈꾸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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