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우리학교 NIE]서울 구로동 구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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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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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은 아랍의 영웅일까요, 테러리스트일까요”

구현고 학생들이 24일 NIE 시간에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을 놓고 토론하는 모습. 구현고 제공
구현고 학생들이 24일 NIE 시간에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을 놓고 토론하는 모습. 구현고 제공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에 대해서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찾아보자고 했지요? 빈라덴이 아랍의 영웅인지 테러리스트에 불과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박찬명 교사의 설명이 끝나자 1학년 박상헌 학생이 손을 들었다.

“빈라덴이 그저 나쁜 테러리스트일까요? 미국 등 다국적군이 걸프전 때 중동지역에 대대적으로 폭격을 가했던 것을 생각하면 빈라덴의 테러 행위도 아무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안중근 의사는 일본에선 살인마였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로운 독립투사로 기억됩니다.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학년 최유리 학생이 곧바로 반박했다. “안중근 의사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데 대해서 정당한 대응을 하고자 일본의 정치 지도자를 암살하려고 한 것입니다. 빈라덴은 다수의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테러를 저질렀습니다. 두 사람의 위치와 입장이 다릅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현고등학교의 방과후 활동 시간이다. 이 학교의 NIE 수업은 신문에 나오는 시사적인 이슈를 갖고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신문 기사를 꼼꼼하게 읽고 자료를 조사해야 하는 만큼 준비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기자가 찾아간 24일, 학생 10명은 신문과 자료를 들여다보면서 준비해온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2학년 김보람 학생이 최유리 학생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했다. “빈라덴이 테러리스트인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빈라덴이 반미감정을 갖고 테러를 한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이 머물던 수단에서 미국에 의해 쫓겨나게 된 이유도 있습니다.”

최유리 학생이 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빈라덴이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을 한 건 아닙니다.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것은 범죄입니다.”

토론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2학년 이지원 학생은 “NIE 수업을 한 뒤로 학교 공부를 할 때도 다양한 시사정보를 접목하므로 공부하는 내용이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상위권 대학은 논술과 면접의 비중이 큰 데다 대부분 사회 이슈에 대한 질문이 나오므로 시사상식을 쌓을 수 있는 NIE 수업이 입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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