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돌연 사직 국토부 차관, 2억 미리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9일 03시 00분


정창수 前차관, 부산저축銀 영업정지 직전 인출… 檢 사전 정보입수 가능성 수사

16일 돌연 사직한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영업정지 직전에 본인과 가족 명의로 예치돼 있던 거액의 예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차관은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해 영업정지 방침을 결정한 1월 25일부터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2월 17일 사이에 예금 대부분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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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정부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정 전 차관은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인 중앙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에 본인과 부인, 자녀 2명의 이름으로 예치돼 있던 예금을 영업정지된 2월 17일 이전에 인출했다. 관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정 전 차관과 부인은 중앙부산저축은행에 각각 3300만 원과 4500만 원을 예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전 차관의 아들과 딸 명의로도 각각 4080만 원과 4500만 원이 예금돼 있었다. 정 전 차관의 부인은 대전저축은행에도 4400만 원을 넣어두고 있었다. 가족 예금을 모두 합치면 2억780만 원이다.

정 전 차관은 인출한 예금 대부분이 가족 1인당 5000만 원을 넘지 않지만 오해를 살 만한 시기에 인출한 것에 대해 고위공직자로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에서 자진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이날 정 전 차관의 해명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정 전 차관이 영업정지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예금을 찾은 것으로 드러나면 소환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월 25일∼2월 16일에 5000만 원 이상을 인출한 고액 예금주 4000여 명의 직업 자료를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넘겨받아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가 진척되면 정 전 차관 외에 부당 인출에 연루된 다른 고위공직자가 나올 여지도 적지 않다.

한편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들이 숨겨놓은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검사 1명과 수사관 4명, 예금보험공사 파견 직원 10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책임재산 환수팀’을 출범시켰다. 또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맡아 운영하는 과정에서 거래 관계자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건설업자 윤모 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를 맡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브로커다. 광주지검 특별수사부(부장 김호경)는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의 장본인인 이용호 씨(53·구속 중)를 최근 불러 보해저축은행의 100억 원대 불법 대출에 개입했는지 조사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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