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았던 금융검찰의 인과응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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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부실감독 금감원 임직원 구속-잠적
‘예금인출 고민’ 부산지원 직원은 투신 자살

금융감독원이 ‘부실 감독’의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저축은행 부실 검사와 관련된 금감원의 전현직 간부와 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잠적하고, 공인회계사 출신의 엘리트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의문의 자살 사건이 벌어져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도 사상 최대의 금융범죄를 방조한 책임을 금감원에 묻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금감원은 1999년 1월 출범 이후 가장 혹독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금감원은 2일 부산저축은행그룹 사태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에서 10년간 ‘눈먼 감시’를 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3일에는 부산지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그룹 사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공인회계사 출신 직원이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내린 것은 검찰 수사 등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금감원의 처지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 부산지원의 수석조사역인 김모 씨(43)는 이날 오후 4시 50분경 부산 남구 대연동 모 아파트 1층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 씨가 아파트 23∼24층 계단 창문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금감원 부산지원 관계자는 “김 씨가 검사역이 아니라서 저축은행 업무와 관계가 없고 저축은행 근처에도 안 갔다”며 “오늘 점심식사 때 표정이 좋아 이런 일이 벌어졌을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김 씨가 가족 명의로 부산2저축은행에 5300만 원을 예치했다가 영업정지 전 번호표를 받은 뒤 이자를 포함해 5700만 원을 정상적으로 인출했다”며 “최근 저축은행 문제가 불거지면서 본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저축은행계좌 유무를 신고하라고 한 점 때문에 고민을 해 온 것은 맞지만 이 문제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 손놓은 금융검찰 ▼

이날 광주지검 특수부는 보해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와 관련해 금감원 부국장 출신 이모 씨가 감사로 근무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자산운용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씨가 금감원 재직 시절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잘 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9년까지 2, 3차례에 걸쳐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이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이 씨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잠적하자 압수수색에 나섰다.

저축은행 부실 감독과 관련해 금감원 직원들이 검찰의 추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5일 하루에만 전현직 직원 4명이 금품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고 1명이 체포됐다. 2일에는 부산저축은행그룹 소속 5개 계열 저축은행 가운데 부산2, 중앙부산, 대전, 전주 등 4곳에 있었던 금감원 출신 상임 감사들이 불법과 탈법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대해 가혹할 정도의 책임을 물었지만 자신들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대해선 관대한 자세를 보였다”며 “어쩌면 지금의 시련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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