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심야수업 금지? 묘수없나, 학원들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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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반 운영, 개인교습 형태 ‘유령학원’…

최근 서울, 경기, 광주,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오후 10시 이후의 학원교습을 제한하자 각종 ‘변종수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3월부터 이들 지역 시도교육청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생의 수면권을 보장해준다는 취지에서 특별 단속팀을 운영하며 심야 학원교습을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적잖은 학원이 수업장소와 방식을 바꾸며 단속망을 피해나가고 있다.

심야단속을 피해 새벽 단속이 느슨해진 순간을 틈타 ‘새벽반’을 운영하는 학원도 늘었다. 서울 강남의 한 여고 3학년 최모 양은 공부를 하다 자정이 넘어 잠들어도 오전 5시면 일어난다. 서울 강남의 한 과학전문학원에 가기 위해서다. 이 학원은 심야단속이 심해진 올해 3월부터 오전 6시에 수업을 시작한다.

주 2회 학원에서 오전 7시 50분까지 수업을 들은 뒤 아버지 차로 등교한다는 최 양은 “학원이 ‘심야단속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새벽반을 개설했다”면서 “학교별로 10명 정도가 한 반이 돼 2, 3개 새벽반 수업이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심야에는 단속을 피해 학원 인근 커피숍 등으로 장소를 옮겨 편법적으로 수업을 계속하는 학원들도 있다. 오후 10시까지는 학원에서 강의식 수업을 한 뒤 심야에는 커피숍에 모여 문제풀이식 수업을 진행하는 것.

고교 중간고사 기간이던 지난달 26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밀집가. 학원들의 문은 대부분 굳게 닫혀있었고 불이 꺼진 학원 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커피숍과 24시간 운영 패스트푸드 점에는 삼삼오오 모여 공부를 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한 브랜드 커피숍 구석에는 여고생 3명이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의 지도를 받으며 수학 문제풀이를 하고 있었다.

고1 박모 양은 “수학학원을 가는 날에는 오후 10시까지만 학원에서 수업을 하고 근처 오피스텔에 있는 학원 강사의 집으로 이동해 자정이 넘어서까지 수업을 듣는다. 심야교습 단속 이전과 비교해 수업을 마치는 시간은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유령학원’도 등장했다. 학원 폐업신고를 한 뒤 개인교습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

수학전문학원을 운영하는 김모 강사는 “최근 중소학원 원장들 중 일부가 자신이 운영하던 학원과 교습소를 폐업 신고한 뒤 모처에서 불법 과외방을 운영하거나 가정방문과외를 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과외방은 내부제보가 있기 전에는 단속에 걸릴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학원이름을 내건 곳 중 일부는 과외방 형태로도 운영되고 있다. 학원밀집지역인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와 주변 학교들을 중심으로 ‘수학전문학원’이라고 적힌 홍보물을 나눠주는 한 학원에 전화를 걸어 “수업을 듣고 싶다. 수업은 어디에서 하느냐”고 묻자 “학원이 아닌 아파트에서 하는 과외방”이라는 답변이 들려왔다. 다시 “어느 아파트인가”고 묻자 “구체적 교습소 장소는 직접 얼굴을 보고 면담을 한 뒤 알려준다”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화 속 남자는 “새벽 1∼2시까지 수업하고 개인차량으로 집까지 바래다준다”며 “월 100만원을 호가하는 대치동과 목동의 과외방보다는 훨씬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 불법 과외방은 주 2회 2시간씩 과목당 한 달에 45만원을 받고 4, 5명을 한 팀으로 구성해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 대치동의 한 보습학원 원장은 “심야교습제한과 단속으로 눈에 보이는 사교육비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들었지만 이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적 교습형태가 제외된 수치”라며 “일부 학생들이 불법 과외방에 몰리면서 적법하게 오후 10시 이후 수업을 하지 않는 학원들만 운영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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