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차이콥스키 선율… 건반위 ‘또하나의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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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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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 우승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폐막한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가운데)가 수상 소감을 밝히기 위해 앞쪽으로 걸어가자 공동 2위를 수상한 미국의 숀 천 씨(왼쪽), 한국의 정한빈 씨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폐막한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가운데)가 수상 소감을 밝히기 위해 앞쪽으로 걸어가자 공동 2위를 수상한 미국의 숀 천 씨(왼쪽), 한국의 정한빈 씨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4일 폐막한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에서 러시아의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31·독일 베를린예술대 대학원)가 우승했다. 그로모프 씨는 5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으며 국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거나 리사이틀 무대를 가질 기회도 얻었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는 25개국 140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예비 심사와 1, 2차 예선, 20∼21일 준결선을 거쳐 23∼24일 열린 결선에서는 4개국 6명이 실력을 겨뤘다. 공동 2위는 한국의 정한빈 씨(21·한국예술종합학교)와 숀 천 씨(23·미국 줄리아드음악원 대학원·미국)가 차지했다. 4위는 김현정 씨(20·한국예술종합학교), 5위는 크리스토퍼 구즈먼 씨(30·미국 텍사스대 대학원·미국), 6위는 천윈제 씨(31·미국 클리블랜드음악원 대학원·중국)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6∼4위가 발표된 뒤 3위가 없이 공동 2위가 발표됨으로써 바로 1위가 밝혀진 것. 그로모프, 숀 천, 정 씨가 나란히 무대 중앙으로 나와 이어지는 발표를 기다렸고, 그로모프 씨가 1등으로 밝혀지면서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러시아 그네신 음대와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컨서버토리를 거쳐 독일 베를린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그로모프 씨는 1차 예선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다. 그는 2009년 이탈리아 마리아 골리아 국제콩쿠르 1위, 2008년 이탈리아 슈만 국제콩쿠르 1위에 오른 실력파다.

그는 1위가 발표된 뒤 수상 소감으로 “고맙습니다(Thank you)”라는 한마디만 하고 물러섰다. 그로모프 씨는 시상식이 끝난 뒤 “모든 감사의 의미를 담은 함축적인 소감이었다. 동료 참가자들, 심사위원들, 그리고 관객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결선 연주에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 b플랫단조를 성숙하고 개성적인 연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연주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심사위원들은 “음악적인 면이나 테크닉적으로도 완벽했다”(문익주), “기본에 매우 충실하면서도 강렬한 연주였다”(자크 루비에)고 찬사를 보냈다.

그로모프 씨는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경험이 많으니 성숙한 연주로 봐주신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 공동 2위에 오른 정한빈 씨는 병역특례혜택도 받게 됐다.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한국인 남자출연자가 1, 2위에 오를 경우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선에서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2번 A장조를 연주한 정 씨는 “많이 떨렸지만 최선을 다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며 기뻐했다. 정 씨와 함께 2위에 오른 숀 천 씨는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연주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번 콩쿠르의 레퍼토리가 방대하고 거의 매일 연주를 해야 해서 준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며 “입상해서 기쁘고 대회 운영도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편 결선이 열린 23, 24일 대회 현장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연속으로 10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출신인 아비람 라이케르트 서울대 교수, 강충모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윤철희 국민대 교수를 비롯한 많은 음악평론가와 클래식 애호가들이 결선 무대를 찾아 피아노 샛별들의 열정적인 연주에 응원과 갈채를 보냈다.
▼ “뛰어난 연주+열정적 심사+완벽한 진행… 감탄” ▼
심사위원들 총평


24일 끝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동일 심사위원장(가운데)이 심사평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4일 끝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동일 심사위원장(가운데)이 심사평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뛰어난 테크닉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이뤄낸 모든 성과를 생각할 때 모든 참가자가 우승자입니다.”(한동일 심사위원장)

이번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는 9개국, 11명의 위원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각각 현역 피아니스트이거나 유수의 국제콩쿠르 심사위원, 그리고 후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로 심사 소감을 밝히기 위해 무대 중앙으로 나서면서 참가자 못지않은 큰 박수를 받은 한동일 심사위원장은 “참가자뿐만 아니라 의욕적으로 심사에 임한 위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수준의 음악적 성장은 단지 기량뿐만 아니라 노력이 필요하다. 참가자들이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표현하는 연주가로 성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여름학교 방문교수와 독일 베토벤 피아노콩쿠르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독일의 파벨 길릴로프 씨는 “참가자, 운영자, 심사위원 등 삼박자가 잘 들어맞은 매우 환상적인 콩쿠르였다. 3년 뒤 피아노 부문이 열릴 때 다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베를린국립음대 교수인 자크 루비에 씨도 “음악적 수준이 높았고 매우 아름다운 대회였다. 대회 운영에서도 흠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고 말했다.

한국 심사위원들은 이번 대회 운영 위원을 겸했다. 문익주 서울대 교수는 “참가자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 평가하기가 쉽지 않았다. 1등을 못한 참가자도 사실상 1등”이라고 말했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제자들이 몇 명 참가해서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제가 제자에게 점수를 줄 수 없는 규칙이 있었지만 다른 심사보다 세 배는 힘들었다”며 웃음 지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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