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묵은 담배 23만갑 유통

  • 동아일보

소각않고 빼돌려 술집 판매… KT&G지점장 등 37명 적발

‘어쩐지 담배맛이 다르다 했더니….’

업무상 접대를 자주 하는 김모 씨(53·사업)는 평소 술집에서 산 담배를 피울 때마다 뭔가 민숭민숭하다는 것을 느꼈다. 진하게 쏘는 맛이 없고 허전했다. 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을 찾기도 어려워 ‘취해서 그렇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애연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이 현상이 왜 생겼는지 짐작하게 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제조한 지 2년이 넘은 소각용 ‘레종 레드’ 458상자(22만9000갑·약 5억7000만 원어치)를 무허가 담배 판매상(속칭 나카마)에게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넘긴 KT&G 모 지점장 강모 씨(48) 등 KT&G 직원 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이 넘긴 담배는 무허가 판매상을 통해 주로 룸살롱과 안마시술소 등 유흥업소와 낚시터에서 팔렸다. 영업 관련 업무를 하다가 지난해 KT&G에서 퇴직한 A 씨(52)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흔히 술집에서 사는 담배가 맛이 없다고 하는데 이렇게 오래된 제품이 많다 보니 그렇다”며 “재고 압박 때문에 담배를 대규모 덤핑 처리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KT&G는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직원들이 소각용 담배를 판매한 것은 맞다”면서도 “단종돼 소각하려던 것이지 해당 담배가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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