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일원역엔 ‘시크릿 공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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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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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투리 공간 사설 보관소 눈길

서울지하철 3호선 일원역 1번 출구에 새로 생긴 스마트 저장공간 ‘이공간’에서 업체 관계자가 고객이 맡긴 골프채를 개인 수납실에 넣고 있다(위). 이곳에는 철저히 비밀이 보장된 개인금고도 80여 개 마련돼 있다. ㈜더박스 제공
서울지하철 3호선 일원역 1번 출구에 새로 생긴 스마트 저장공간 ‘이공간’에서 업체 관계자가 고객이 맡긴 골프채를 개인 수납실에 넣고 있다(위). 이곳에는 철저히 비밀이 보장된 개인금고도 80여 개 마련돼 있다. ㈜더박스 제공
서울지하철 3호선 일원역에는 다른 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비밀 공간’이 있다. 역 안에 자리 잡은 스마트 저장공간 ‘이공간’이 바로 그곳. 일원역 내 1번 출구 쪽에 생긴 이곳에는 ‘The box is secret(상자는 비밀)’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앞을 지나는 시민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역사 내 825m²(약 250평) 규모의 공간에 마련된 ‘이공간’은 기업이나 개인 고객이 직접 맡기고 싶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사설 보관소다.

○ 겨울옷, 자전거, 스키, 미술품까지 척척 보관


고객들은 주로 부피가 커서 집에 보관하기 힘든 겨울옷부터 가재도구, 사무도구 등을 맡긴다. 자전거나 스키 같은 계절 레저용품을 비롯해 전자제품이나 문서 등도 단골 보관 물품이다. 심지어 이곳엔 미술품 특성에 맞게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항온·항습실도 있어 고가 미술품이나 와인 등도 보관이 가능하다. 사설경비업체와 계약해 24시간 철통 보안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화재보험과 손해보험에도 가입돼 있어 불의의 사고로 맡겨놓은 물품이 손상돼도 최대 1000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12일 개장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공간은 벌써 12명의 고객이 물건을 맡기러 왔다. 다양한 크기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이공간만의 특징. 작게는 1m²(약 0.3평) 크기의 방부터 가장 큰 방은 8.25m²(약 2.5평)에 이를 정도다. 이런 방이 150개나 준비돼 있고 비밀이 보장된 금고실에도 84개의 개인 금고가 마련돼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사이 직원이 근무하는 시간 중 아무 때나 편한 시간에 찾아와 물건을 맡기거나 찾을 수 있다.

○ “지하철 역사 내 ‘버려진 공간’을 살려라”


이공간을 운영하는 ㈜더박스는 서울메트로와 계약하고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서울메트로는 120개 지하철 전 역사의 공간구조를 세밀하게 조사해 버려진 넓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서울 시내에도 이와 비슷한 보관소 사업을 하는 곳이 있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고 이용하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하철역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오가는 사람이 많아 보관소 사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결국 서울메트로와 사업자 간 ‘윈윈’ 효과를 본 셈. ㈜더박스 마승철 대표는 “앞으로 도심과 대학가 등 주요 30군데에도 지점을 낼 예정”이라며 “보관소 한쪽은 고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메트로는 지하철의 죽은 공간을 계속 살려낼 계획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올해까지 지하철 역내 총 70곳의 자투리 공간을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다음 달에도 사당역 2층 785m²(약 238평)에 명품 아웃렛이 들어선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내년까지 총 100개 역사의 공간을 활용해 시민들이 오가며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가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용 문의는 홈페이지(www.youbox.co.kr)나 전화(1688-2480)로 하면 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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