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교육장 된 ‘4·19 민주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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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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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활동 4시간 인정에 학생 900여명 참석
親盧인사 소개… 진보교육감 정책 홍보 치중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16일 열린 ‘4·19 민주올레’ 행사에는 중고교생 900여 명이 참가했
다. 개회식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가운데)이 학생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16일 열린 ‘4·19 민주올레’ 행사에는 중고교생 900여 명이 참가했 다. 개회식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가운데)이 학생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4·19혁명의 현장을 걸으며 민주주의 역사를 되새기자는 취지로 마련된 ‘4·19 민주올레’가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16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렸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오후 1시 무대에 올라 “여러분의 교육감 곽노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교복 차림의 중고교생 900여 명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곽 교육감은 행사장이 이승만 대통령 하야에 큰 역할을 했던 교수단 시위대의 출발지라며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금 같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시대는 목숨을 내던지며 독재에 맞선 4·19혁명 열사들이 만든 것입니다. 4·19혁명은 당시 17세이던 김주열 열사의 주검이 바다 위에 떠오른 게 도화선이 됐습니다. 오늘 체험학습으로 서울 곳곳에 있는 4·19혁명의 정신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어 곽 교육감은 “민주올레를 만든 분”이라며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소개했다. 이 전 국무총리는 “효자동은 이승만 대통령이 학생들에게 총을 쏴서 100여 명이 죽어간 곳입니다. 요즘 중동에서 사람들 많이 죽는 것 봤죠? 그게 우리나라에서 시작됐습니다”라고 말했다.

행사 전에 곽 교육감은 “4·19 올레를 개발한 민간단체가 친노 단체라는 이유로 이 행사를 비난하는 건 헌법정신 계승을 위한 교육활동을 비난하는 겁니다. 헌법정신이 정치색?”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해 이 행사를 시민단체인 ‘시민주권’(대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이 진행하면서 반정권 성격의 집회로 흘렀고, 그런 점에서 올해 학생 참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음을 의식한 내용이다. 시교육청은 최근 학생들의 행사 참여를 창의체험활동으로 인정한다는 공문을 서울시내 일선 중고교에 보낸 바 있다.

이 전 총리 다음은 학생의 자유발언 시간. 경기도에서 왔다는 여고생이 무대에 올라 곽 교육감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그는 “곽 교육감님은 누구보다 학생 인권과 복지를 위해 애써주시는 분이다. 김상곤 교육감과 추구하는 정책이 비슷해 좋아한다”면서 호소했다.

“입시 위주가 아닌 재능과 적성에 따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체벌을 금지했지만 끝이 아닙니다. 아직도 감정적으로 학생을 때리는 선생님들이 계시니 지속적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야자(야간자율학습)도 자율이라지만 아직도 타율로 운영됩니다. 주민발의 중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서울학생인권 조례안도 시행될 수 있게 애써주세요.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지역별로 정책이 다른데 교육감님이 설득해 주세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원 앞에서는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와 라이트코리아, 부모마음교육학부모회 등 6개 단체가 규탄 시위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민주올레 행사는 곽 교육감이 특정 정치세력에 이념교육의 장을 열어준 관치 동원”이라고 지적했다.

A고 교사는 “강제동원이 아니라지만 학생에게 창의체험활동 4시간 인정은 엄청난 매력”이라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앞두고 자신의 정책 홍보를 제대로 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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