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이 단 72字…변론 베낀 '무성의한' 판사

  • 동아일보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신영무)는 법원의 무성의한 판결문 작성 방식에 대한 실태 조사와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판결문 작성 방식 시정요청서'를 법원행정처장에게 발송했다고 30일 밝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변협은 요청서에서 "법관들은 항상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고 해왔는데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판결문으로 더 이상 피해보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판결문 작성 실태를 조사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재발 방지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판결문 논란은 서울북부지법 모 판사가 충분한 설명 없이 단 한 문장의 판결 이유를 쓰고 변호사가 제출한 서류를 베껴 작성한 민사사건 판결로 인해 시작됐다. 이 판결문을 받은 변호사 A 씨는 1월 변협에 진정을 냈고, 변협이 법원행정처에 실태 조사를 의뢰한 것이다.

A변호사에 따르면 판결문에는 "원고는 별지와 같이 주장하나, 갑 1부터 8호증의 각 기재, 증인 ○○○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단 3줄, 총 72자(字)의 판결 이유만 기재돼 있다.

또 판결 이유에서 제시하는 '별지'는 변호사가 제출한 준비서면 중 일부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첨부했다고 A변호사는 전했다.

이에 대해 판결문을 작성한 판사는 "판결문 간소화 방침에 따라 시험 차원에서 해본 것"이라며 "무성의하게 재판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 관계자는 "아직 법원행정처의 공식적인 답변이 없는 상태"며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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