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화순 산간오지서 피어난 음악교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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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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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위기 한천초등학교 문화예술교육 특화 효과 재학생 33명→79명으로

폐광촌인 전남 화순군 한천초등학교가 지난달 ‘예술 꽃 씨앗학교’로 선정됐다.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학습발표회 때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한천초등학교 제공
폐광촌인 전남 화순군 한천초등학교가 지난달 ‘예술 꽃 씨앗학교’로 선정됐다.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학습발표회 때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한천초등학교 제공
전남 화순군 한천면은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검은 황금’으로 불리던 석탄 산지로 유명했다. 이 때문에 한천초등학교는 한때 전교생이 900여 명에 이를 만큼 학생 수가 많았다. 하지만 석탄 사용이 급격히 줄면서 광산이 폐쇄되자 학교도 폐교 위기에 몰렸다.

이 학교에 아이들이 다시 몰려오고 있다. 33명까지 줄었던 학생 수가 3월 현재 79명으로 늘어났다. ‘돌아오는 학교’의 씨앗을 뿌린 것은 이 학교 교사들과 운영위원회, 동창회였다.

학교 운영위원회는 6년 전부터 교사들과 함께 예술교육으로 학교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산간오지학교에서는 만져보기 쉽지 않은 바이올린을 구입해 특별 레슨을 시키고 입학 때 하모니카를 선물로 주는 등 음악으로 움츠렸던 아이들의 어깨를 활짝 펴주었다.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으로 미술반, 사물놀이반, 영어연극반도 운영했다. 국악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화순군 ‘적벽문화제’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김숙희 운영위원장(55·여)은 “폐광촌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었다”며 “교내 발표회를 갖고 아이들을 각종 대회에 내보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활동이 뜸했던 동창회도 큰 힘이 됐다. 자녀 학교 보내기 운동을 벌여 모교를 폐교 위기에서 구해냈다. 후배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배움의 길을 가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한천초교는 이번에 또 한 번 ‘부활의 날개’를 달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예술 꽃 씨앗학교’에 선정된 것. 씨앗학교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 가는 학교. 이번에 한천초교를 비롯해 전국에서 16개 학교가 뽑혔다. 이들 학교는 매년 1억 원씩 4억 원을 받는다. 국악 관현악, 영화, 예술 통합 교육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위한 기자재, 지역 문화 기반 시설과 예술가를 연계한 예술 창작 체험 등이 지원된다.

한천초교는 올해 악기와 영상기기 등을 구입해 연습하고 연말에는 한천가족 한마당 등 지역 공동체를 대상으로 공연과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신재식 교장은 “산간벽지학교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여느 도시학교 못지않다”며 “아이들이 영상기기를 가지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해 자못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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