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한상률 5억’ 뇌물성 여부 계좌추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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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체류때 10여개社서 받아… 안前국장 소환 대질조사 벌여

‘그림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미국 체류 당시 국내 기업 10여 곳으로부터 5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검찰이 이 돈의 성격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최윤수)는 한 전 청장이 미국 뉴욕주립대 방문연구원으로 체류하던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말 사이 국세청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재계 순위 10위 안에 드는 그룹 계열사 H사와 S사, 또 다른 S사를 포함해 10여 곳의 기업에서 세무 컨설팅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체재비로 쓴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최근 한 전 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단서를 잡고 수사해 왔다.

한 전 청장은 21일 오전 네 번째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기업에) 30∼40쪽에 이르는 연구보고서를 서너 편 제출하고 정상적으로 받은 자문료”라고 밝혔다. 해당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확인해 봤으나 누가 누구에게 돈을 건넸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아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그림 로비 의혹 등에 휩싸여 국세청장 직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떠난 한 전 청장에게 대기업이 자문을 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국세청 현직 직원들이 한 전 청장을 돕기 위해 기업에 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이 돈이 한 전 청장이 국세청장 재임 시절 세무조사 등의 편의를 봐준 데 대한 대가일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돈 전달에 관여한 국세청 직원들은 “한 전 청장의 부탁으로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한 전 청장과 관련한 여러 의혹을 제기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을 소환해 한 전 청장과 대질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그림 로비, 국세청장 직 유지 로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과정 의혹 등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영상녹화를 하면서 조사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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