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물원 이전 논란 ‘알다브라 거북’의 고향 세이셸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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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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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키우듯… 환경변화에 큰 영향 안받아”

세이셸 라디그 섬 유니언 공원에서 어린이들이 알다브라 거북 등에 올라탄 채 놀고있다. 세이셸=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세이셸 라디그 섬 유니언 공원에서 어린이들이 알다브라 거북 등에 올라탄 채 놀고있다. 세이셸=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최근 대전에서 동물원에 있는 육지거북 알다브라 한 쌍을 한밭수목원으로 옮기는 문제를 놓고 말이 많다. 찬성하는 쪽은 “세계에서 4개국,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전에만 있는 거북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줘 또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자”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쪽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다. 알다브라 거북의 유일한 집단 서식지인 세이셸공화국을 찾아 서식 및 생태 적응 실태를 알아봤다.

이달 1일(현지 시간) 오후 세이셸공화국 부속섬인 라디그 섬 서쪽 해안. 바다 빛깔이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난 셰 마스통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 옆 바위틈에서 거북 한 마리가 망고를 먹고 있었다. 세계적인 희귀종이지만 거북 집은 따로 없었다. 코코넛 나무를 지붕 삼아, 바위틈을 집 삼아 살고 있었다. 이곳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유니언 이스테이트 공원에는 거북 수백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이 섬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반드시 찾는 곳. 섬에 사는 어린이들이 거북 등에 올라 탄 채 마치 경기를 하듯 놀고 있었다. 공원 관리자들은 제지하지 않는다.

지난해 대전시가 세이셸에서 알다브라 거북을 기증받는 데 역할을 한 정동창 세이셸 명예영사(52)는 “세이셸의 시골 농가에서는 강아지나 돼지 키우듯 한다”며 “환경 변화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고 말했다.

세이셸공화국 수도 빅토리아 시내에서도 마찬가지.

마리 앙투아네트 레스토랑 뒤편 정원에서도 거북 10여 마리가 살고 있었다. 현지 주민은 “거북의 외국 반출은 엄격하게 제한되지만 국내에서는 허가를 받으면 언제든지 트럭 등으로 옮겨올 수 있다. 몇 년 전 작은 산사태가 거북을 덮쳤는데 흙을 파헤치자 한 놈만 등껍질이 파손됐을 뿐 모두 건강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동물원에 있는 알다브라 거북을 올해 개장하는 한밭수목원 식물원으로 옮긴다는 계획 아래 시민 여론을 살피고 있다. 이전과 사육에 드는 비용은 당초 알려진 5억∼6억 원과는 달리 1억 원 안팎이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이셸=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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