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서울로 출발하기 전 현금 11억 원이 든 여행용 가방 3개와 비닐쇼핑백 1개를 에쿠스 승용차 트렁크에 실었더니 무게 때문에 차 뒷부분이 푹 꺼졌습니다.”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68·구속기소)에게 현금 26억여 원을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했던 이 대표의 운전기사 황모 씨가 3일 천 회장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돈 가방 배달’ 상황을 생생하게 진술했다. 현금 1억 원의 무게는 약 11kg. 11억 원이라면 121kg이다. 현금은 대부분 헌 돈으로 전달됐는데 헌 돈의 무게는 새 돈보다 약간 무겁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황 씨는 “2007, 2008년 이 대표의 지시로 회사 관계자로부터 수시로 현금 수억 원을 받아 이 대표의 집 작은방으로 옮겼다”며 “이 대표가 보는 앞에서 오후 9시 반 이후부터 자정 무렵까지 1만 원권 돈다발을 싼 은행의 종이 띠지와 플라스틱 밴드를 떼고 고무줄로 다시 묶어 여행용 가방에 옮겨 담았다”고 증언했다.
15년 동안 이 대표의 운전기사를 했다는 황 씨는 돈을 담을 여행용 가방 10개를 구입한 경위도 자세히 기억해냈다. “2007년 가을이었는데 회장님(이 대표)댁 작은방에서 회장님이 비닐쇼핑백에 돈을 가득 담아보라고 했다. 쇼핑백 한 개에 1억3000만 원 정도가 들어갔는데 비닐쇼핑백이 터질 것 같았고 손잡이를 잡기도 불편했다. 이를 지켜본 회장님이 ‘이건 안 되겠다’고 했고 그래서 부산 국제시장에 가서 저렴한 것으로 여행용 가방 10개를 사왔다.”
돈 가방이 준비되면 바로 다음 날 아침 이 대표는 에쿠스 승용차에 돈을 싣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 천 회장에게 건넸다. 황 씨는 “2007년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천 회장 사무실 근처에 있는 한적한 도로변에서 5억 원이 든 여행용 가방 2개를 천 회장 승용차 트렁크에 옮겨 실었다”고 증언했다. 2008년 4월 16일에는 서초동 천 회장 사무실 빌딩 주차장에서 11억 원이 든 여행용 가방 3개를 옮겨 실었고 2008년 9월 5일에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지하주차장에서 10억1060만 원이 든 여행용 가방 3개와 비닐쇼핑백 1개를 천 회장 차 트렁크에 옮겨 실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지난해 12월 검찰에서 천 회장의 운전기사 김모 씨와 대질조사를 받았을 때 김 씨가 돈을 전달받은 사실을 부인하기에 ‘(윗사람이) 시켜서 한 일인데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느냐. 사실대로만 말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완강하던 김 씨의 태도가 누그러졌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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